4대 금융지주 본점 전경. 사진=각 사.
4대 금융지주 본점 전경. 사진=각 사.

주요 금융지주 지배구조가 회장-은행장 체제로 변화될 조짐이다.

그동안 KB금융, 하나금융은 부회장을 따로 둬 차기 리더로 육성해 왔다. 그러나 회장 교체 시기와 맞물리면서 부회장의 역할이 축소됐다. 대신 은행장이 비상임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하며 활동 영역이 더 넓어진 셈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과 우리금융은 이달 주주총회 안건으로 기타비상임이사에 은행장을 올려놨다.

KB금융지주의 경우 그동안 국민은행장이 지주 비상임이사로 활동해 왔다. 이에 허인 은행장이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지만 지난해 말 이재근 은행장을 신규 선임하면서 자리바꿈이 예고됐다.

허인 은행장으로 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비상임이사 자리는 후임자에게 물려준 셈이다.

우리금융지주도 지배구조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사내이사로 손태승 회장과 이원덕 부사장이 이사회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원덕 부사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내이사에서 비상임이사로 이사회 내 역할이 바뀐다.

민영화 전까지 비상임이사 자리는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로써 참여해 왔다. 완전민영화 후 최대주주가 바뀐 만큼 우리은행장이 이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비상임이사는 실질적으로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이사를 말한다. 주로 사외이사를 일컫지만, 관계사 대표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들어갈 경우 비상임이사 자리를 준다.

단, 기존 이사보다 위원회 참여가 제한된다. 예로 회장후보추천, 계열사대표추천과 같은 임원 선임에선 빠진다.

하지만 경영과 관련된 안건에선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 은행 안팎에선 사실상 지주 내 2인자란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은 부회장을 두지 않고 신한은행장이 비상임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해 왔다. 하나금융의 경우 부회장이 있지만 기타비상임이사로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맡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지주에서 부회장 역할이 무의미하단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부회장이 매트릭스 체제에서 각 사업부를 맡고 있지만, 이사회 내 권한이 없어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회장은 회장 교체에 앞서 차기 리더 후보군이란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세대교체가 이뤄진 만큼 부회장의 권한은 축소된 반면 은행장은 지주 내 2인자로 재부상한 상황”이라며 “차기 후계 구도에서도 부회장보다 은행장이 우위에 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