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계에는 굵직한 이슈들이 넘쳐났다. 성과급 논란으로 재계에 전면으로 등장한 MZ세대는 평등한 기업 문화를 만드는 기폭제가 됐다.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이어졌고, 오너가 3세들의 경영 참여도 본격화됐다.


MZ세대가 쏘아 올린 공…성과급 제도 개편


SK와 LG그룹은 올해 성과급 체계를 손봤다. SK하이닉스는 이익분배금(PS) 산정기준을 EVA(경제적 부가가치·영업이익에서 법인세, 앞으로 투자금액 등을 뺀 것)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꿨다.

성과급 논란은 올해 초 SK하이닉스에서 불거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5% 늘어나 5조원을 넘겼음에도 성과급인 PS(초과이익분배금)를 포함한 상여금이 전년 수준에 머물자 일부 구성원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산출방식이 공개돼있지 않은 EVA 지표가 있었다. 이에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을 반납하겠다고 밝히고, 이석희 대표이사 사장이 해명하고 나섰지만, 성과급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국 논란이 됐던 'PS(초과이익분배금, 성과급) 제도'를 대폭 개편하고, 이와 별개로 구성원들에게 자사주와 사내 복지포인트 등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성과급 논란의 불통은 다른 대기업 계열사로도 튀었다. LG전자는 사업본부별로 매출액과 영업이익 목표 달성을 기본 지표로 성과급을 차등하게 지급해 일부 본부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이에 LG전자는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 달성도를 함께 적용해 사업 본부별 성과급 지급 격차를 줄이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회사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 달성도를 새로운 기준으로 적용키로 함에 따라 VS사업본부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

성과급 논란은 현대차와 LG전자에 사무직 노조가 따로 결성하게 되는 계기를 맞았다. 각 회사의 경영진들이 자신의 할 말은 하는 MZ세대를 달리 보게 되는 확실한 계기가 됐다. 기업들은 호칭파괴, 인사제도 개편 등으로 평등한 사내문화 조성에 본격적으로 힘쓰고 있다.


'남매의 난·조카의 난'... 재벌가 집안 싸움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은 올해도 일어났다. 식품기업 아워홈의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의 난'이 재현됐다. 장남과 세 자매의 경영권 다툼은 자매의 완승으로 끝났다.

최대주주이자 구자학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부회장은 올해 6월 ‘보복운전’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쫓겨났다.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삼녀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는 구본성 부회장이 보복운전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곧장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구 부회장의 해임을 의결했다.

구지은 전 대표는 2004년 아워홈 입사 이후 4남매 가운데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했지만, 구본성 부회장이 2016년 경영에 참여하면서 밀려났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지은 대표이사는 2017년에도 경영권 분쟁을 벌인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장녀 미현 씨가 아버지 구 회장의 뜻을 따라 구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4년이 지나 장녀 구미현 씨가 구지은 대표의 손을 잡으면서 경영권 향방이 갈리게 됐다. 다만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된 구본성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만큼 갈등의 소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금호석유화학도 ‘조카의 난’으로 홍역을 앓았다. 박 전 상무는 지난 1월 말 주주제안을 하며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의 서막을 열었다. 하지만 3월 26일 있었던 주주총회에서 박찬구 회장이 승리하며 1차 경영권 분쟁은 막을 내렸다. 박 상무의 주주제안은 주주총회에서 모두 부결됐지만, 사측 안건은 대부분 통과됐다. 박 상무는 사내이사 선임에도 실패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들과 대다수의 외인투자자, 노조들이 박찬구 회장 편을 들어주면서 박 회장 압승으로 끝났다. 박 전 상무는 해임됐다.

경영권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금호석유화학을 경영권 분쟁에 빠뜨렸던 박철완 상무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의 낮은 주가에서 만족할 수 없는 박철완 전 상무가 내년 3월 있을 정기 주주총회를 정조준하고 엑시트(출구전략)을 고심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재벌 3세 경영 전면 등장 …세대교체 본격화


재계에선 오너가(家)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세대교체에 속도를 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이미 여러 3세 경영인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중공업도 3세 경영시대를 예고했다.

1982년생인 정 신임 사장은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의 장남으로 2013년 부장 직급으로 재입사한 뒤 상무, 전무를 거쳐 2017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범 LG계열 LS도 지난달 3세인 구본규(1979년생) LS엠트론 부사장을 핵심 계열사인 LS전선의 대표로 임명했다. 세아그룹 3세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과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부사장이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일선에 나섰다.
 
식품업계 오너 3세들의 경영 수업도 본격화됐다.

CJ 이선호 부장은 올해 1월 사회적인 물의를 빚고 정직 처분을 받은 뒤 자숙의 시간을 보낸 지 1년 4개월 만에 복귀했다.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전 부사장도 지난달 디지털 마케팅 계열사인 섹타나인에 신규사업부 책임임원으로 3년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의 아들 담서원 수석부장도 지난 7월 오리온에 입사해 회사 주요 전략을 짜고 있다.

오뚜기 함영준 회장의 장남 함윤식 씨도 올해 초 오뚜기에 입사했으며 현재 경영지원팀에서 사원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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