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씨티은행이 결국 소비자금융 폐지를 선택했다.
한국씨티은행은 25일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 22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결정됐다.
미국 씨티그룹은 올해 4월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서 소비자금융사업 출구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한국씨티은행은 출구 전략으로 매각을 진행했지만 적절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단계적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번 결정과 함께 기존 고객의 불편함이 없도록 소비자금융 서비스는 한시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고객의 기존 계약 유지는 물론 계약 만기나 해지 시점까지 고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단, 모든 소비자금융 상품과 서비스의 신규 가입은 중단될 예정이며 신규 중단 일자를 포함한 상세 내용은 빠른 시일 안에 다시 안내할 예정이다.
직원들의 경우 희망퇴직을 진행한다. 노동조합과 협의해 퇴직금 범위를 산정할 예정이며 잔류를 희망하는 소비자금융 소속 직원들에게는 행내 재배치 등을 통한 고용보장도 진행된다.
한국씨티은행 유명순 은행장은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단계적 폐지를 진행 함에 있어 관련 법규 및 감독당국의 조치를 준수할 것”이라며 “자발적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포함한 직원 보호 및 소비자보호 방안을 시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씨티그룹에게 한국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여전히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며 “기업금융 사업 부문에 대한 보다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 금융 시장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은행 매각 실패 원인은 역시 인건비
지난 6개월 동안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팔기 위해 노력해 왔다. 국내 금융지주 몇몇도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 가격에서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최근 은행권은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있어 한국씨티은행이 바라던 고용승계를 받아주기 힘들었단 분석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지점 수는 43개를 운영 중이다. 이중 소매금융 점포는 36개에 달한다. 즉, 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하는 7개 점포를 남기고 점포 폐쇄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소매금융 담당 직원은 약 939명으로 점포 운영을 위한 소수 인력을 남겨둔 상황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리테일 사업 축소를 시도해왔다. 133개였던 점포를 101개 점포를 폐쇄할 예정이었지만 노조의 반대로 43개를 유지했다.
당시 한국씨티은행이 점포 축소에 나선 배경은 비용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게 대외적 입장이었다.고객의 지점 방문이 적어지면서 비대면채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점포 폐쇄 이후에도 한국씨티은행의 비용효율성은 개선되지 못했다.
2017년 한국씨티은행의 판매관리비는 8084억원에서 구조조정 이후 2018년 7032억원으로 약 1000억원 정도 줄였다. 그러나 다음해 다시 7800억원으로 넘어서며 몸집 줄이기 효과는 순간에 그쳤다.
결국 2019년 한미은행 본사였던 서울 중구 다동 건물까지 매각하는 과정까지 겪었다.
숙제를 풀지 못한 이유는 인사적체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씨티은행의 책임자급 직원은 약 1700여명에 달한다. 전체 직원의 67.3%로 행원보다 배 이상 많다.
2014년 대규모 희망퇴직 이후 직원들의 퇴로를 차단한 게 현재 항아리형 구조를 만든 셈이다. 그 사이 신입직원 채용도 진행하지 않아 기존 인력만으로 운영하긴 힘들었단 지적이다.
이제 공은 금융당국으로…청산인가 해석 관심거리
한국씨티은행이 단계적 청산을 선택한 만큼 이제 금융위원회의 결정만 남았다.
일단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소비자금융 청산은 은행법에 의한 금융위원회 인가사항이라며 철저한 심사를 통해 인가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한 상황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가 은행법상 인가대상인지 자세히 검토하고 있다”며 “인가대상인 여부를 떠나 금융소비자 보호, 금융질서 유지 측면에서 현행법상 명확하게 자세하게 들여다 볼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일단 금융위는 사업의 단계적 폐지를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4년 HSBC의 소비자금융 철수 과정에서 금융위는 국내 지점 10개 폐쇄와 관련해 인가를 받았다.
당시 폐쇄 이유는 글로벌그룹 전략에 따른 개인금융업무에 대한 포트폴리오 개편으로 현재 한국씨티은행 상황과 비슷하다.
다만, 시중은행의 일방적 지점 폐쇄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결과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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