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125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전면 투자' 계획을 내놨다.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전기차·소프트웨어·수소·UAM 등 전 영역을 아우르는 장기 투자 로드맵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약 36조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북미 핵심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 이어 국내에서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향후 미래 사업 구도 재정비 의지가 더욱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투자는 △인공지능(AI)·로봇 등 미래 신사업 50조5000억원 △모빌리티 연구개발 38조5000억원 △국내 생산설비 및 GBC 등 경상투자 36조2000억원으로 구성된다.

AI·로봇·수소 등 첨단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동시에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과 글로벌 수출 인프라를 확충해 산업 생태계를 고도화하는 전략이다. 직전 5년(2021~2025년) 89조1000억원 대비 36조1000억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로, 연평균 투자액도 25조400억원으로 40%가량 확대됐다.

미래 신사업 투자는 산업계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AI 분야에 집중된다.

엔비디아와 협력을 발표한 현대차는 차량 내 AI, 자율주행,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 등에서 AI 역량 고도화를 추진하며, 고전력 AI 학습·운영이 가능한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피지컬AI 실증·검증 기능을 맡는 '피지컬AI 애플리케이션 센터' 설립을 병행한다. 이 센터는 로봇 행동 데이터를 축적해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핵심 인프라로, 실제 산업 투입 전 단계에서 로봇 성능을 정교하게 평가하는 실증 거점이 될 계획이다.

현대차는 확보된 피지컬AI 역량을 바탕으로 로봇 제조와 파운드리 공장도 조성해 그룹 차원의 로봇 생산 능력을 갖추고, 제조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 로봇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생태계까지 구축한다는 목표다. 자동차로 축적한 대규모 제조 노하우를 로봇 산업으로 확장해 새로운 성장축을 마련하는 구상이다.

수소 산업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키우기 위한 투자에도 속도를 낸다. 현대차그룹은 서남권에 1GW 규모 수전해 플랜트를 건설해 수소 생산·충전·저장·수출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만들고, AI와 수소 기술이 결합된 '수소 AI 신도시' 조성도 검토 중이다. 내년 울산 EV 전용 공장 준공과 수소연료전지 신공장 건설도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모빌리티 연구개발(R&D) 투자에서는 후륜 기반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글로벌 시장별 맞춤형 차량 개발 등을 남양연구소 중심으로 추진하며 신기술 확보에 주력한다. 경상투자는 생산설비 고도화, 제조 기술 혁신, 고객 서비스 거점 확충에 투입되며, 서울 삼성동 GBC도 인허가 완료 후 건설을 본격화한다.

현대차는 국내 기술·생산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전동화 시장 대응력도 높이기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서 생산·공급 체계 동시 확장


현대차그룹은 앞서 지난 8월 미국 투자 계획도 210억달러에서 260억달러(약 36조원)로 확대했다.

늘어난 투자금은 △연 3만대 규모 로봇 공장 신설 △미국 내 자동차 생산능력 확대 △부품·물류 그룹사 설비 증설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연 3만대 생산이 가능한 로봇 공장을 북미 로봇 생산의 허브로 육성해 향후 확대될 로봇 생태계의 중심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로봇 공장의 구체적 위치와 세부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로봇뿐 아니라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등 미래 신기술 분야에서 미국 주요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보스턴다이나믹스·모셔널 등 현지 계열사의 사업화에도 속도를 내 글로벌 전동화 시장 대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초대형 투자가 단순한 미래 사업 확대를 넘어 향후 그룹 구조 개편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기차 전환 속도 둔화, 글로벌 통상 압력, 중국업체 확장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대규모 선행 투자로 기술 내재화와 생산 네트워크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이는 계열사 역할 조정, 조직 슬림화, 연구·생산 인프라 재배치 등 향후 구조 개편과도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북미 공급망과 국내 기반을 동시에 확장하는 만큼 계열사 조직 정비와 생산 네트워크 재편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