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규제 리스크와 인구절벽이 겹치며 4대 은행이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상반기 해외법인 합산 순이익은 4652억원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이 3152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달렸고 KB국민 727억원, 하나 449억원, 우리 32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국내은행들은 점차 해외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점포 8곳을 늘린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지점을 56개로 확대하고 유럽 IR을 통해 기업금융(IB) 파이프라인을 넓힐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17년 만에 LA지점 신설로 북미 재도전에 나선다. 우리은행도 4월 바르샤바 지점을 열고 폴란드 방산 프로젝트와 동유럽 IB 수요를 겨냥한다.
은행들이 내수시장에서 한계를 맞딱뜨리고 수익원 다변화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시장에서는 정책과 제재 불확실성이 은행업권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홍콩H지수 ELS 제재 과징금 기준이 '판매액'으로 잡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많으면 조 단위 과징금을 물게 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LTV담합 의혹과 국고채 입찰 담합 사건도 제재 절차가 진행중이다. 부실 장기연체채권 정리를 위한 배드뱅크엔 금융권 공동 출연이 거론된다. 거대한 비용 변수가 은행업종 리스크로 남아있다.
게다가 금융당국 조직개편으로 감독체계도 복잡해지면서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정책 기능을 나누면 책임 소재가 흐려지고 규제 해석이 더 보수적으로 기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내수의 구조적 한계도 은행들을 해외로 밀어내고 있다. 초고령화사회 진입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신규 차주 풀은 감소하고 상속·자산관리 수요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들은 시니어 특화 점포와 유언대용신탁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시니어 특화 브랜드 자체가 내수사업의 '끝물'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고령화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 은행은 일찌감치 해외진출을 단행해 안정적인 이익을 거두고 있다. 미쓰비시UFJ은행(MUFG)은 그룹 포트폴리오 이익의 절반이 해외에서 나오고 있고 스미모토미츠이(SMFG)와 미즈호도 해외 비중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 대부분 소매보다는 IB에 집중한 결과다.
반면 지난해 기준 국내 은행 해외점포 순이익은 2조원대로 그룹 전체 이익 대비 비중이 약 11% 수준에 불과했다. 해외에서 벌어오는 구조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신한은행은 베트남과 일본에서, KB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회복 신호를 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역별 희비가 엇갈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규제가 심해지면서 해외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면서도 "곧바로 글로벌사업의 우선순위가 조정되진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함께 펼쳤다.
해외 확장, 규제·환율·지정학 3중 리스크
'밖'이 만만치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해외 현지 규제와 본국 규제를 모두 따라야하는 상황에서 당국 간 조율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미국의 대규모 이민 단속으로 한국인 근로자 수백명이 구금되면서 지정학·정책 리스크도 떠오른 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 변수도 크고 자동차, 전기전자 업종이 흔들리고 있어 섣부른 사업 확장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압박도 더해지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규제 비용'과 '정책 참여'가 동시에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에서는 비용과 공적 책무가 늘어나니 수익은 해외에서 챙기라는 메시지로도 해석 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라 해외로 눈을 돌리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면서도 "정부부처 조직개편이나 징계, 정책 세칙이 아직 윤곽이 잡히지 않아 현재로서는 선제적 해외 확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은행별 포지셔닝은 갈라진다. 신한은행은 '현지화+디지털'로 아세안과 일본에서 규모를 키운다. KB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법인 턴어라운드가 관건이다. 하나은행은 북미 재진입으로 기업금융과 IB 보강을 노린다. 우리은행은 전략 거점으로 폴란드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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