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Whi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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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본규제 개선방안에 은행이 요구한 기업대출 위험가중치 하향 조치가 빠졌다. 은행들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과 건전성 우려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발표한 '은행권 자본규제 개선방향'에서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을 기존 15%에서 20%로 상향하고 주식 위험가중치를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은행이 원한 기업대출 위험가중치 하향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354조8000억원으로 한 달 새 8조4000억원 늘어났다. 특히 중소기업대출은 4조5000억원 증가하면서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기업대출 확장이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평균 연체율은 0.468%로 전년 동기 대비 11.6bp 상승했다. 기업대출 무수익여신 잔액도 3조5627억원으로 38% 증가했다.


위험가중치 조정 없어 은행 딜레마 심화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이 요구했던 기업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 하향이 없었던 점은 매우 아쉽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조치로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이 20%로 상향되면서 가계대출 억제 효과는 기대되지만 기업대출 위험가중치는 그대로 유지돼 은행들이 생산적 금융으로의 자금 이동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정부가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금융 패널티'를 부과하는 안건이 속도를 내면서 건설·조선 등 일부 고위험 업종 법인고객 대상 대출 자체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규모 자금이 오가는 업종이니 만큼 기업금융 수익성이 악화되고 중소기업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담대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기업대출을 무작정 확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상대적으로 체력이 부실한 기업들 대상 대출 확장은 건전성 악화 우려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 자금수요 둔화도 변수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자금 수요를 크게 늘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은행이 기업대출을 늘리려 해도 실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 정책 방향과 실제 시장 여건 사이의 괴리가 크다"며 "기업대출 위험가중치 조정 없이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 연구원은 "이번 자본규제 개선안이 은행권 자본 부담을 다소 완화했다"면서도 "규제 관련 불확실성이 완화되기 전까지 추가 상승 폭에 대한 눈높이는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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