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한미 양국 기업들이 제조업 중심의 전략 산업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위한 다수의 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한국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미국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임석한 가운데, 총 11건의 계약과 MOU가 체결됐다고 밝혔다. 협약 분야는 조선, 원자력, 항공, 액화천연가스(LNG), 핵심 광물 등이다.

우선 조선 분야에서는 HD현대와 한국산업은행, 미국 투자사 서버러스 캐피탈이 미국 조선업 및 해양 물류 역량 강화를 위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 펀드 조성 MOU를 체결했다. 서버러스는 필리핀 수빅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협력을 계기로 HD현대는 미국과 조선 산업 협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비거 마린 그룹과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운영(MRO), 조선소 현대화, 선박 공동 건조 등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MOU를 체결했다. 산업부는 이번 협약을 통해 한국 조선사의 기술력이 미국 조선 산업 및 해양 역량 강화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조선사들이 미국 조선업 및 해양 역량 강화와 미국 군함의 유지·보수·정비 사업 등에 적극 참여하게 돼 한미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조선 협력 모멘텀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원자력 부문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엑스에너지, 아마존웹서비스가 참여한 4자간 MOU가 체결됐다. 

이 협약은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설계, 건설, 운영, 공급망 및 시장 확대를 위한 포괄적 협력을 골자로 한다. 엑스에너지는 뉴스케일, 테라파워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SMR 개발 기업 중 하나다.

또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민간 에너지 개발사 페르미 아메리카와 텍사스 지역 'AI 캠퍼스 프로젝트'에 공급될 대형 원전 및 SMR 기자재 관련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과 삼성물산도 페르미 아메리카와 사업 협력을 위한 별도 MOU를 맺었다. 한수원은 아울러 미국 우라늄 농축 기업 센트러스와 우라늄 농축 설비 투자 공동 참여에 대한 MOU도 체결했다.

항공 부문에서는 대한항공이 보잉사와 고효율 차세대 항공기 103대 도입(362억달러 규모)을 위한 MOU를, GE에어로스페이스와는 엔진 구매 및 정비 계약(137억달러)을 각각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기존 발표와는 별개의 추가 도입으로, 대한항공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단일 항공기·엔진 계약이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한국가스공사가 글로벌 에너지 기업 트라피구라 등과 연간 330만톤(t) 규모의 미국산 LNG 장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2028년부터 약 10년간 유효하다.

핵심 광물 분야에서는 고려아연이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과 광물 공급망 구축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번 다자간 협약 체결은 조선과 원자력 등 전략 산업에서 미국과 한국이 상호 보완적 역할을 강화하고, 민간 주도의 투자 및 기술 협력 구조를 가속화하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김 장관은 "정부는 한미 간 제조업 협력이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제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양국 기업에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가 창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