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은행연합회 정례이사회 이후 열리는 만찬에 참석해 주요 시중은행장들과 회동한다. 이 총재는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가계대출 관리 필요성과 디지털 금융 전환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은행권에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번 만찬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앞두고 열리는 첫 비공식 접촉 자리로 최근 금융시장 주요 현안들이 폭넓게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이 총재는 최근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가계대출에 우려를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월 19일 기준 752조749억원으로 5월 말(748조812억원) 대비 약 3조9937억원 증가했다. 일평균 증가액만 2102억원으로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스트레스 DSR 규제 변경을 앞둔 ‘대출 막차’ 수요가 증가세를 자극하고 있다.

한은은 물가 안정뿐 아니라 금융 안정도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요소로 삼고 있어, 주택시장 및 대출 과열 우려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오는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모든 위원이 완화적 정책이 자산시장에 미칠 영향을 경계했다.

이 총재는 이날 디지털 통화 실험 ‘프로젝트 한강’의 2단계 참여도 은행권에 요청할 예정이다. 현재 한은은 6개 은행과 함께 가상자산 실사용 환경에서 송금, 바우처 프로그램 등을 실험 중이며 연말까지 실거래 기능을 확대하는 후속 실험을 계획 중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도 이 자리에서 다뤄질 수 있다. 이 총재는 은행권 중심의 순차적 도입을 선호하고 있다.

또한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취약차주 채무 조정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 관련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연합회 이사회 안건에 포함된 해당 주제는 향후 구조 조정 방안과 민간 금융권의 참여 방식 등에 대한 의견 교환으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