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bp 낮췄다. 동시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8%로 대폭 하향했다. 부진한 내수와 미국발 관세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지만, 자금 유출과 부동산 시장 자극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2.50%로 25bp 인하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사이 네 번째 인하다. 내수 위축과 수출 둔화 등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한 조치로 해석된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위축 속에 전 분기보다 감소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인상 여파로 수출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통해 위축된 소비와 투자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리 인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확장적 재정정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며 집값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특히 미국(4.25∼4.50%)과의 금리 차가 2.00%p로 벌어지며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같은 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지난 2월 전망보다 0.7%p 낮아졌으며, 지난해 11월(1.9%)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떨어졌다. 건설투자 부진, 관세 충격에 따른 수출 둔화,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내수 회복 지연 등이 반영됐다.

이번 전망치는 주요 국제기구인 OECD와 ADB(각각 1.5%), IMF(1.0%)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주요 해외 투자은행 8곳의 평균 전망치와는 일치한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기존 1.8%에서 1.6%로 소폭 낮췄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1.9%를 유지했다. 원·달러 환율과 국제 유가가 하락한 가운데 수요 압력이 낮은 점을 반영해 물가가 목표 수준인 2% 안팎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물가 상승률은 기존 1.9%에서 1.8%로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