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9일 기준금리 인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금리 인하의 필요성은 커졌지만, 향후 인하 여부와 시점은 경제 상황을 면밀히 보며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추가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2명은 경제 여건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추가 인하 가능성은 커졌지만 명확한 지침을 줄 경우 정책 시그널로 오해될 수 있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이 총재는 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건설투자 위축을 지목했다. 그는 “건설투자가 -6.1% 줄면서 0.9%p의 성장 기여도 손실이 발생했다”며 건설부진이 올해 성장률을 1.7%에서 0.8%로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과잉 공급된 지방 주택시장의 조정이 하반기 마무리될 것으로 보면서도 건설 경기 부양이 다시 과거 부동산 과열을 반복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자산시장에 대한 우려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지금은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과도한 금리 인하는 부동산 가격 급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금통위가 서울 집값과 가계부채를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비은행권이 발행할 경우 통화정책 효과와 금융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언급하며, “한국의 통화정책은 이제 미국에 단순 연동되지 않고, 보다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전망은? 시장에는 하반기 2회 추가 인하 기대도 형성돼있다.
△저를 제외한 여섯 분 중 네 분은 2.50%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두 분은 3개월 후에도 2.50%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였다. 네 분은 경기가 생각보다 더 나빠진 만큼 금융안정 리스크를 점검하면서도 추가 금리 인하로 경기를 진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동결 가능성을 더 크게 보신 두 분은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 한미 금리차,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 수도권 부동산 가격 변화, 새 정부 경제정책 등을 점검해 나가면서 경제 여건의 방향성이 조금 더 정해진 이후 금리 인하 결정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셨다.

성장률 전망이 크게 하향 조정된 만큼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향후 기준금리가 몇 번 더 낮아질지, 최종 금리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금통위원들의 생각을 밝히기는 어렵다.

-올해 성장률 전망을 0%대로 낮추면서 경기 하강 우려가 확산했다.
△올해 성장률 0.8%에는 상방 위험과 하방 위험이 다 있다. 관세 정책에 따라 수출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지만, 또 오늘 아침 미국 법원에서 상호관세가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온 것처럼 관세 정책 변화가 당초 예상보다 약화하면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새 정부 재정정책의 효과와 한은 금리인하 사이클의 영향도 봐야 한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많이 완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0.8%에 이미 발표된 1차 추경 영향은 반영돼있지만, 추가 추경 가능성은 반영돼있지 않다.

-수출과 내수 흐름을 구체적으로 진단해달라.
△전날까지 기준으로 보면 내수가 0.8%p를 다 기여하고, 순수출 기여도는 0%p로 가정한 것이다. 관세 효과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내년에는 순수출 기여도가 -0.3%p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내수는 올해 1분기 저점을 찍고 상승, 건설경기도 하반기 저점을 찍고 반등하면서 내년 내수 기여도는 1.9%p 정도로 본다. 두 가지를 종합해 내년 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내수 회복 전망 근거는?
△강건한 내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낮추는 과정을 보면, 민간소비가 -0.15%p, 건설이 -0.4%p, 수출이 -0.2%p 정도였다. 0.7%p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수출이 -0.2%p, 내수가 -0.5%p 정도라고 보면 된다. 관세 영향뿐 아니라 내수가 떨어지는 것도 큰 영향이 있다는 뜻이다.

민간소비는 올해 1.1%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잠재성장률 2% 이하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가계부채 등 구조적 요인이 있기 때문에 회복되더라도 내년 1.6% 정도로 회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금리를 낮추고 있고 재정도 쓰면 1.1%보다 오를 수 있지만 회복세에 제한은 있을 것이다.

최근 2년간 성장률 발목을 잡은 것은 건설투자다. 올해 0.8% 성장한다고 할 때 건설투자 성장률은 -6.1%다. 기여도로 따지면 -0.9%p에 달한다. 건설투자 성장률이 0%라고 가정하면 올해 성장률 1.7%가 된다. 건설이 나쁜 이유는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과도하게 투자해놓고, 특히 지방주택을 굉장히 많이 공급했다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건설경기가 나쁜 것이다. 과거 투자해놨던 집들이 해결되고 조정되면서 건설경기가 개선될 텐데, 그 시점을 올해 하반기 정도로 바라고 있다.

요약하면 민간소비는 1분기 바닥을 치고 완만하게 올라갈 것이고, 건설경기는 지난 부동산가격이 높았던 때 이뤄진 지방 중심 과잉투자가 해소되면서 하반기 저점을 찍고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건설이 나쁘니 재정과 이자율로 올리자는 주장은 어려운 건설업체를 돕는 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부동산이 뛴 것을 조정하지 않고 가자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젠간 조정돼야 한다. 굉장히 어려운 게 경기를 부양하면서도 어디에 할 것인지, 얼마나 할 것인지, 과거의 잘못을 다시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빅컷 하지 않은 이유는?
△금융위기 때의 0.8%와 현재의 0.8%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2008년만 해도 우리 잠재성장률이 3% 정도였지만, 현재는 2% 이하로 떨어지는 추세다. 또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 경기 변동 폭은 커졌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역성장을 기록할 확률이 5% 수준이었다면 현재는 평균 14% 정도에 이른다.

금융위기 당시 돈이 돌지 않는 유동성 경색이 나타났다면, 현재 금융 여건은 완화적인 편이고 시장 유동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경기부양보다 주택가격 등 자산 가격으로 흘러서 우리가 코로나19 때 했던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유동성 추가 공급은 기업 투자나 실질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기보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코로나19 때 경험이다. 그래서 25bp만 인하한 것이다.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성장률뿐 아니라 금융 안정까지 고민하겠다는 것이 그런 이유에서다. 금통위원 여섯 분 모두 서울지역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결정해야 한다는 데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새 정부와 정책 공조는 잘될 것으로 보나?
△논의를 많이 해야 한다.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 여러 유동성으로 인해 금리 정책이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수 있는 문제 등과 관련해 공감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기준금리 1%대까지 내릴 가능성은?
△내년 경제 성장률이 1.6%로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경기 상황을 보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렸다. 현재 환율 흐름 평가와 흐름을 좌우할 변수는?
△한미 환율 협의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 환율은 국내 요인보다 대외요인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관세 정책의 변동성, 미국 예산안과 관련한 재정적자 우려로 장기 채권 금리와 환율이 변동하고 있다. 또 큰 틀에서는 지난 수년간 '미국 예외주의'로 자산들이 달러에 몰리다가 최근에는 과도하다는 인식에 따라 재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원화 절상 압력이 컸던 이유는?
△환율 변동성이 컸던 것은 (협의) 내용 때문이라기보다 협의했다는 자체가 투자자의 기대심리를 움직여서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본 이동 등을 수반한 것이 아니라 기대에 의해 변화한 부분이 크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봐야 한다. 

원화가 유독 강세였던 이유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지난 6개월간 절하 폭이 컸기 때문이다. 환율이 1400원대 중반에서 내려오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이었던 것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견해는?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는 것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 혁신 가능성을 보면 한은이 적극적으로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을 만들 필요도 있다. 

다만 반대하고 걱정하는 것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화폐 대체재라는 점이다. 그래서 은행이나 한은이 규제하는 기관이 아닌,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게 되면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화폐는 가격이 변동하지 않고 언제든지 교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은이 규제하지 못하는 기관이 화폐 대용으로 쓰는 대체재를 갖고 있다가 혹시 부도가 나거나 사고가 나면 화폐 지급결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한꺼번에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있게 되면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과 거래가 굉장히 손쉬워진다. 이를 통해 감독을 피해서 자금을 보내는 자본규제 회피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이러한 금융안정 측면을 고려해서 원화스테이블 코인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일단 한은이 통화정책을 시행하면서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부터 시작하자고 하는 것이다. 지금 한강 프로젝트에서 예금토큰이 한은 네트워크 안에서 발행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고, 이것을 점차 발전시켜 나간다는 생각이다. 한은은 은행을 중심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먼저 허용한 뒤 작동하는 것을 보고 차차 필요하면 범위를 넓혀나가려고 한다.

인가 감독 권한을 가지고 기관 간 경쟁이 벌어진다는 시각도 있지만 좁은 의미로만 보지 말아달라. 한은이 강력하게 인가 감독 권한을 주장하는 것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화폐이기 때문이다. 화폐는 한은의 본업에 해당하고, 그것을 다른 기관이 정하게 남겨두기에는 너무나 많은 리스크가 있다.

-미국 금리 예상은?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한국 기준금리 영향은?
△미국도 오늘 법원 결정 따라 많은 논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간의 연준 결정은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결정하겠다고 보여지는데, 불확실성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어 시장에서 전망하는 9월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지 않나 생각되기도 한다.

미국 금리가 우리 통화정책에 주는 영향은 2년 전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으로 75bp를 올릴 땐 일방적으로 우리도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속도나 환율에 주는 영향 등을 생각하면 기계적으로 올릴 것이 아니라 금융안정을 고려해도 된다고 본다. 자본이동 등을 걱정 안할 순 없지만 2년 전 직접적 영향 관계와 비교하면 통화정책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룸이 커졌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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