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갤러리아의 벤슨 크리머리 서울(왼쪽)과 SPC 배스킨라빈스 청담점. 사진=전수연 기자
한화갤러리아의 벤슨 크리머리 서울(왼쪽)과 SPC 배스킨라빈스 청담점. 사진=전수연 기자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직접 기획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이 공식 오픈했다. SPC 배스킨라빈스가 점유율을 지켜온 디저트 시장에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될지 주목된다.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베러스쿱크리머리는 지난 23일 서울 압구정로데오에 벤슨의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이번 매장은 파이브가이즈 압구정점과 갤러리아백화점 사이,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주요 상권에 위치했다. 첫날 아침부터 입소문과 SNS 반응을 확인한 방문객이 몰리면서 매장 앞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대기 동선 주변에는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포토존과 쿠폰 배포 이벤트 등이 마련돼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오전 8시부터 첫 줄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공식 오픈과 동시에 매장은 빠르게 만석이 됐다. 이날 운영은 1층 제품 판매 공간에 한정됐다. 크리머리랩과 테이스팅 라운지는 개방되지 않았지만, 고객 응대에 집중한 1층에서는 쿠키 토핑 이벤트와 선착순 증정권 배포가 이어졌다. 일방적 판매가 아니라, 머물게 만드는 매장이라는 인상을 주기엔 충분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정돈돼 있었다. 매장 벽면, 쇼케이스, 플레이버 배치, 메뉴판 디자인까지 통일돼 브랜드 콘셉트가 시각적으로 쉽게 인식됐다. 메뉴 수는 20가지로 적지 않았으며 주문 흐름도 복잡하지 않았다. 일일이 재료와 구성을 설명하는 응대도 눈에 띄었다.

벤슨 크리머리 서울 1층 전경. 사진=전수연 기자
벤슨 크리머리 서울 1층 전경. 사진=전수연 기자

매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벤슨의 첫인상에 대해 "딱 봐도 요즘 감성"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소비자는 "브랜드명이 영어인 데다 '해피버스데이', '피넛버터카푸치노'처럼 메뉴명도 미국 감성을 따르고 있어 전반적으로 미국식 아이스크림 느낌"이라고 평했다. 기존의 젤라또 전문점이나 배스킨라빈스와는 다르다는 인식이다.

맛에 대한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기성품 같지 않다", "맛이 진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가격은 싱글컵 기준 5300원으로 프리미엄 가격대지만 "성수동 젤라또도 이 정도 가격대"라며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는 반응도 보였다.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메뉴 구성은 브랜드 초기 타깃층 저변을 넓히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게 한 점이 작용한 모습이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반복 방문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체험 공간 전면 운영과 제품 라인업 관리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SPC 배스킨라빈스의 전략 매장 청담점. 사진=전수연 기자
SPC 배스킨라빈스의 전략 매장 청담점. 사진=전수연 기자

배스킨라빈스 청담점은 벤슨과 도보 10분 거리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단층 구조지만 내부는 넓게 트였고, 조명이나 진열 방식에서 차별된 매장이라는 인상을 준다. 프리미엄 콘셉트를 강화한 딥콜렉션, AI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오미자 소르베 등 새로운 시도를 반영한 메뉴도 마련됐다. 다만 매장 체험 핵심 중 하나로 소개된 AI 추천 시스템은 아직 운영 전이었다.

벤슨은 전용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 아이스크림을 직영점에서만 판매하고, 매장 3개 층 전체를 체험 중심 공간으로 설계했다. 공간 전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 구조다. 무첨가, 정직함 같은 슬로건도 단순 마케팅에 머무르지 않고 매장 구성 요소로 연결된 모습이다.

전략의 출발점도 다르다. 한화는 백화점 부진이라는 현실을 돌파하기 위한 신사업으로 식음료를 낙점했다. 파이브가이즈로 버거 시장에 진입한 데 이어, 벤슨으로 디저트 시장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흐름이다. 외식 전반을 하나의 사업군으로 묶어 확장하려는 구조로, 생산부터 판매까지 일원화된 운영은 단기간 내 브랜딩 효과보다는 중장기 사업 안착을 노리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면 SPC는 배스킨라빈스 브랜드 40주년을 맞아 고도화 실험에 들어갔다. 기술 기반 플레이버 설계, AI 서비스, 기능성 메뉴 도입까지 전통 브랜드에 새로운 이미지를 더하는 작업이다.

결국 두 브랜드는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을 겨냥한다는 점에선 같지만, 문제의식과 접근 방식은 전혀 다르다. 한화는 외식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한 신사업 안착에 초점을 맞췄고, SPC는 브랜드 고도화를 통해 축적된 자산에 새 정체성을 입히는 중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마이스쿱스튜디오와 테이스팅 라운지 등 체험 공간은 6월 중 본격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벤슨만의 브랜드 경험을 완성도 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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