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세계면세점
사진=신세계면세점

국내 빅5 면세점이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며 희망퇴직과 매장 축소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고환율과 경기 부진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으나 증권가에서는 하반기부터 수익성 반등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은 이번 주부터 만40세 이상 또는 근속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즉시 퇴직 시 연봉의 1.5배, 18개월 휴직 후 퇴직 시 기본급 지급을 보장하는 조건이다. 호텔 부문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앞서 롯데·신세계·현대면세점도 올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국내 빅4 면세점은 모두 인력 조정에 착수한 것이다.

지난해 롯데·신라·현대·신세계 등 국내 주요 면세점 영업손실은 총2776억원에 달했다. 롯데면세점이 1432억원으로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으며 신라면세점은 697억원, 신세계면세점은 359억원, 현대면세점은 288억원의 손실을 냈다.

면세점 업계는 희망퇴직은 물론 점포 정리에도 나서며 비용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오는 7월까지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무역센터점 면적도 축소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뉴질랜드 웰링턴 공항점, 호주 멜버른 시내점 등 해외 부실 점포를 정리했고 신세계면세점은 부산점을 철수했다.

호텔신라는 지점을 축소, 폐쇄하진 않았지만 올해 1분기에도 면세 부문에서 50억원의 영업적자를 이어갔다.

면세업계의 어려움은 외부 환경 악화에서 비롯됐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면세점 방문객은 21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1.7% 감소했다.

내국인 관광객은 4.9% 줄었다. 고환율로 인해 일부 상품은 오히려 국내 이커머스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중국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보따리상(따이궁) 의존도가 높았던 면세점 구조 특성상 중국 소비 회복 여부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면세점 업계까 지난해 초부터 따이궁과 유커를 대상으로 한 할인 프로모션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면서 수익도 자연스레 줄었다.

다만 이는 수익성 개선과도 연결됐다. 특히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 시내점은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다.

호텔신라는 올해 1분기 면세 부문 영업적자를 전분기 대비 약390억원 줄였으며 시내점 할인율을 전분기 대비 1.5%p 축소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시내점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4분기 BEP(손익분기점) 수준까지 하락했다가 올해 1분기에는 높은 한자릿수 대(HSD)로 회복했다. 따이궁 거래 중단 이후 면세점 할인율이 축소되면서 시내점 수익성이 개선된 결과다.

롯데면세점도 따이궁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거래를 전면 중단하고 볼륨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시내점 채널의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으며 매출도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의 시내점은 상대적으로 개선 속도가 더디다. 신세계는 지난해 부산점 폐점 이후 본점(명동) 중심 운영 체제로 전환했지만 시내점 매출 반등 신호는 뚜렷하지 않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바닥을 찍은 만큼 반등이 가능하리란 진단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이 부진함에 따라서 면세점 플레이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거래처가 줄어들고 있는 따이공이 재고 확보를 위해서는 면세점이 원하는 수준의 수익성을 맞춰줘야 하고 면세점이 협상력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협상력의 상승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항점 임차료가 지난해 12월부터 감면했고 시내점에서 경쟁 완화 및 협상력 구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면세점의 수익성은 지난해 4분기를 바닥으로 올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면세점은 시내점 운영을 무역점으로 단일화화면서 저효율MD를 축소하고 동대문의 K-뷰티, 패션, 화장품 등 고효율 MD를 무역점으로 보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항점의 럭셔리 중심의 MD 보강을 진행 중이며 MD 보강 효과로 올해 1분기 공항 매출액이 전년대비 10% 이상 증가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호텔신라의 경우 타 면세점의 시내점 철수, 국내외 공항면세점의 적자 축소 등이 매출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허제나 DB증권 연구원은 "1분기 호텔신라 연결 영업적자는 25억원으로 시장 기대치인 70억원 적자를 상회했다"며 "이는 시내 면세 수익성 개선 폭이 예상보다 컸던 폭에 기인했다"고 짚었다.

이어 "경쟁 업체 면세 사업 철수로 반사 수혜가 나타나고 있고 수익성 중심 도매 거래선 관리 지속으로 영업이익률이 개선될 것"이라며 "3분기 중 전방 수요가 견인하는 이익 회복이 가시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면세점 실적을 두고 "롯데면세점이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으며 현대백화점이 시내 면세점 축소 계획을 발표한 점 또한 경쟁 강도를 낮추는 요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며 "1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기저가 높은영향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나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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