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mageF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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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의 실적이 예상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젤Ⅲ 규제 도입 이후 은행들이 국채 등 유가증권자산을 늘렸는데, 금리가 하락하면서 관련 이익이 크게 늘고 순이익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증권(FVPL) 계정 내 유가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62조9788억원에 달한다. 3년 전인 2021년(39조3506억원) 대비 60%가 증가했다. 

은행의 채권 보유계정은 총 3개로, 만기까지 보유하는 상각후원가측정(AC), 기타포괄손익 공정가치측정(FVOCI), 당기손익 공정가치측정(FVPL) 계정이다. 이 중 바젤Ⅲ의 시장 리스크평가는 트레이딩 계정인 FVPL에 적용한다. 은행의 FVPL은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평가이익이 발생하고 평가이익은 당기순이익에 반영된다. 

바젤Ⅲ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은행들에게 고품질 유동자산(HQLA)을 충분히 보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면서 은행들의 자산 구성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이런 변화가 최근 뜻밖의 수익 엔진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고 시장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자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 가치가 급등했다. 4대 은행들은 공통적으로 국채를 크게 늘렸다. 지난해 말 기준 FVPL 계정 국채는 20조7979억원으로 3년 전인 2021년 대비 6배가 넘게 늘었다. 

FVPL 내 국채 보유량은 국민은행이 7조6289억원, 하나은행이 6조8130억원, 우리은행이 3조6304억원, 신한은행이 2조7256억원 순이었다. 2021년만 해도 국민은행만 1조원이 넘었고 3개 은행은 국채 보유량이 1600억~6700억원 수준이었다. 

4대 은행들의 유가증권 이익은 금리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하다. 금리가 급격하게 올랐던 2022년은 신한은행을 제외한 3개 은행이 모두 손실을 입었다. 다만 금리 하락 사이클로 접어들며 관련 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4대은행의 유가증권 이익은 2조6881억원으로 6.6% 증가했다.

바젤Ⅲ 도입 초기에는 규제 강화로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실제로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들은 총자산이익률(ROA)이 0.59%로 전년대비 1bp 올랐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05%로 17bp 올랐다. 순이자마진(NIM)은 1.56%로 11bp 떨어졌는데, 수익성은 더 좋아진 셈이다. 

올해도 은행들의 실적 호조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13.7% 증가한 4조81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 유가증권관련익 증가 등으로 실제 순익은 컨센서스를 웃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 하락기 유가증권 이익이 실적 버팀목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수록 보유 채권 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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