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증권이 퇴직연금 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최근 이틀 연속 이어진 시스템 오류로 리테일 부문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업계는 키움증권이 리테일 부문 신뢰를 되찾는 게 먼저라는 목소리가 높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퇴직연금 사업자 인가를 앞두고 이달 금융감독원과 먼저 협의를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은 오는 하반기 퇴직연금 사업자 인가를 신청하고 올해 말 전산 시스템 구축을 거쳐 내년 사업 시작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키움증권은 퇴직연금 사업 진출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인가 신청 관련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금융당국과 협의를 진행하는 게 흔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인가를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키움증권은 올해 리테일 시장에서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하면서 다른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도 적극적으로 손을 뻗고 있다고 해석된다.
앞서 키움증권은 그간 사업 구조가 리테일에 지나치게 편중돼 성장 한계점이 명확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 왔다. 이에 엄주성 대표는 취임 후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엄 대표의 노력은 지난해 실적에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해 키움증권은 기업금융(IB) 부문 수수료 수익으로 약 2039억원을 벌었다. 전년 대비 122.9% 급증한 결과다.
키움증권은 증권업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주춤하는 사이 시장에 일찌감치 발을 들여 우량 사업장 위주로 신규 딜을 적극 수임했다. 지난해 △서울 신길동 5단지 지역주택조합 사업 △송도국제화복합단지 개발사업 △목동 KT 부지 단독 브릿지론 등 굵직한 딜을 여럿 성공시켰다. 인수금융 부문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맘스터치 리파이낸싱, 에코비트·비앤비코리아 인수금융에 참여하면서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올해 1분기 IB 성장세는 더욱 눈에 띈다. DCM 부문을 보면 키움증권은 지난 1분기 1조8359억원의 공모 회사채를 대표 주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72% 증가한 기록이다. 순위에선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제치고 6위에 등극했다.
주요 그룹사 딜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키움증권은 기존 IB 네트워크가 약해 주요 그룹사 커버리지가 느슨했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올해 1분기 포스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그룹 내 계열사 회사채 발행에 참여했다. IB 강화에 쏟아왔던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이렇듯 키움증권은 리테일 외 사업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와 함께 엄 대표가 신년사에서 언급한 퇴직연금 사업에도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리테일 '삐그덕'에 투자자 동요…신뢰 회복 시급
반면 오히려 리테일 부문에는 힘이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 키움증권은 이틀 연속으로 정규장 개장 직후 모든 주식 거래 시스템에서 '먹통' 사고가 일어났다. 이는 키움증권의 리테일 신뢰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불러왔다. 특히 사고가 일어난 첫날은 미국 관세 정책 발표로 장이 불안정해 원성이 더욱 컸다. 다음날까지 연속으로 오류가 발생하자 투자자들의 신뢰는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키움증권은 오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주말 동안 서비스를 중단하고 시스템을 재점검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당시 주문 폭주로 인해 접속 서버에 병목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주말 동안 점검으로 현재 이상 없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보상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키움증권은 사고로 발생한 고객 피해를 적극 보상하겠다고 나섰다. 오는 11일까지 보상 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미 다수 신뢰를 잃은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키움증권 홈페이지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이틀 연속 오류가 말이 되냐" "앞으로 불안해서 어떻게 거래하냐. 증권사를 옮기겠다" "시스템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일각에선 키움증권의 관리 능력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브로커리지 1위를 수성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연이은 구설수와 대형 전산 사고는 그동안 내비쳐 온 리테일 사업 의지와는 모순되는 모습이다.
이에 근본적인 리테일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시에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하면서 사업 역량이 일부 분산된 게 아니냐는 의견도 고개를 든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틀 연속 '먹통'이 일어났다는 것은 전산 관리 능력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당초 명실상부한 '리테일 강호'로 여겨지는 회사인데 이렇게 큰 사고가 발생했다는 건 투자자들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게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현재 사업 구조 다변화에서는 대단히 순항 중"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이번 전산 오류는 기존 주력 분야였던 브로커리지에서의 강점을 상당 부분 약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본 브로커리지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사업 구조 다변화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겠나"라고 의견을 전했다.
결국 키움증권이 IB와 리테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신사업 진출에 앞서 리테일 신뢰 회복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이다. 더군다나 키움증권은 현재 초대형 IB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당국의 인가 심사 과정에 영향을 줄지도 관건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초대형 IB 인가는 금융위의 종투사 개편안 확정 이후"라고 밝히며 "전산 시스템은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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