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테일 1위' 키움증권이 연이은 논란에 휩싸였다. 점유율 부풀리기와 무손실 ETF 거래 방조 논란에 이어 직접적인 시스템 문제까지 발생했다. 증권업계와 투자자들은 키움증권을 두고 "리테일 시장 권위 유지를 위한 과욕이 앞섰다"고 입을 모았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전날 오전 9시 정규장 개장 직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매수·매도 체결이 모두 지연됐다. 오류는 약 1시간 동안 이어져 투자자들의 불만이 폭증했다.
특히 이날은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2% 이상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장 초반 요동치는 장세에서 큰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며 집단 소송까지 언급했다.
키움증권은 오전 10시께 시스템 정상화를 공지했으나 오류 원인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오류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며 "피해 사실에 따라 고객 피해 보상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번 오류는 키움증권의 리테일 시장 신뢰도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전망이다. 하필이면 관세 문제로 '투심'이 곤두선 상황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한 개장 직후에 오류가 발생했다.
문제는 키움증권의 잡음이 연이어졌다는 점이다.
앞서 키움증권은 최근 미국 단기채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로 이벤트 리워드만 챙기는 부적절한 투자 행태를 방조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키움증권은 지난 1월 '히어로멤버십'을 도입하고 파격적인 현금성 리워드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에 손실이 없는 미국 단기채 거래로 거래량을 채워 리워드를 획득하는 '체리피커'들이 대거 등장했다. 키움증권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이런 투자 행태를 사실상 방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키움증권은 해외주식 거래량이 늘어난 것을 두고 다양한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해당 논란에 "실제로 2월에 지급된 히어로멤버십 이벤트 리워드는 5억원 내외 수준"이라며 "과도한 예산 편성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키움증권은 이후 해당 ETF 거래를 제한했다.
키움증권은 자사 IR(기업설명) 자료에서 점유율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받았다.
키움증권은 IR 자료에서 지난 2월 해외주식 거래대금이 32조원이라고 밝히면서 자사 점유율을 41.3%라고 기재했다. 또 예탁원 통계에 기반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77조5000억원이라고 했다. 키움증권은 "해외주식 시장 점유율은 당사 약정을 시장 거래대금으로 나눈 값"이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점유율과 괴리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키움증권은 한국예탁결제원에는 매수-매도 차액분 거래대금을 보고하고 IR 자료에는 매수+매도 수치를 더한 거래대금을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줄고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늘어나도록 계산한 것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IR자료에서 점유율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며 "다만 명시된 주석도 삭제해야 했는데 그 부분은 업무에서 실수가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이은 잡음을 두고 증권업계에선 키움증권의 내실을 우려했다. 리테일 1위 왕좌를 사수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와도 연결된다.
지난해 해외주식이 인기를 끌면서 해외주식 브로커리지에 기반을 둔 토스증권은 무섭게 세를 불렸다. 올해 본격적으로 리테일 전쟁에 참전한 메리츠증권도 수수료 전면 무료를 내세우며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이 가운데 키움증권은 토스증권을 향한 경계심이 상당한 것으로 감지된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토스증권을 리딩방에 비유해 "대표가 타사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일각에선 리테일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다른 증권사가 또 파격적인 수수료나 혜택을 내세워 각축전에 발을 들일 경우 키움증권의 시장 입지가 더욱 흔들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뒤늦게 리테일 시장에 발을 들인 다른 증권사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MTS를 개편하고 리테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설상가상 최근 미국 증시가 하향세를 띠면서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거래대금도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지난 1월 대비 2조7000억원가량 줄었다. 미국 증시 활황이 지난해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끼친 만큼 키움증권의 초조함도 심화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키움증권이 리테일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무리수'보다는 내실을 점검하고 차별화된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리테일 부문에선 독보적인 위치였던 만큼 자리를 빼앗기면 안 된다는 의식이 클 것"이라며 "다만 최근 논란이 끊이지 않은 만큼 내부적인 판단이나 관리 면에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계속 거론되는 미국 진출도 결국 해외주식 브로커리지를 위한 확장으로 보이는데 신뢰 문제부터 확실히 잡고 가야 할 것"이라며 "현재 시장엔 다른 선택지도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와 내부 점검 등 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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