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우리·KB국민·농협은행에서 고위 임직원들이 연루된 총 3145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적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박충현 금융감독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이날 '2024년 2024년 지주·은행 등 검사결과' 설명회를 열었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부실한 내부통제와 불건전한 조직문화에 대해 상을 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금융사와의 관계를 건강한 긴장 관계가 아닌 온정주의적 관계로 취급하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현재 2등급에서 3등급 이하로 하향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리금융이 현재 추진 중인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지주가 1월 15일 보험사 인수합병(M&A) 승인 심사를 신청했고 심사 기한은 2개월"이라며 "기한을 늘릴 수는 있지만 민감도가 있는 사안인 만큼 원칙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를 제재 절차와 분리해 진행,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원장은 "이번 검사는 특정 은행의 문제가 아닌 금융권 전반에 만연한 단기성과 중심의 경영 구조와 내부통제 미비 문제를 지적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주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공고하고, 상명하복 조직문화가 만연해 내부 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 자원을 본인 또는 특정 집단의 사익을 위해 사용하고, 부당대출 등 위법 행위와 편법 영업을 서슴지 않은 사례가 적발됐다"며 "금융사들은 금융사고를 축소하거나 사고자를 온정주의적으로 조치하면서 대형 금융사고가 반복되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는 특정 은행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원장은 "최근 기업은행에서도 복수의 직원이 연루된 대형 부당대출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실한 내부통제와 불건전한 조직문화가 금융권 전반의 고질적인 문제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금융권의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 미흡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는 그룹 내 잠재 부실 위험을 통제해야 하지만 이를 방치해 금융권의 위기 대응 능력이 과대평가됐다"며 "은행들이 금지된 브릿지론(단기 대출)을 편법 취급하거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계열사를 우회 지원하는 행태도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금융권 전반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해 금융회사가 단기 성과주의를 지양하고 지배구조 선진화·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 중심 영업·엄정한 조직문화 확립 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검사에서 드러난 금융사별 취약점은 재점검해 개선 여부를 확인하고 법규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엄중히 제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원장은 "금융권의 불건전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금융회사와 임직원들의 자율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라며 "금융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 원장은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심사에 필요한 경영실태평가 등급 산정을 제재 절차와 분리해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지주가 1월15일 보험사 인수합병 승인 심사를 신청했으며 심사 기한은 2개월"이라며 "기한을 연장할 수도 있지,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원칙적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2월 중 금융위원회에 관련 의견을 전달해야 금융위가 3월 중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며 "제재 절차와는 별도로 경영실태평가를 신속히 마무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규모 부당대출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온정적인 조치를 고려할 이유는 없다"며 엄정한 대응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부당대출이 임종룡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재임 기간에도 발생한 사실을 적시한 배경에 대해 "현직 CEO 재임 시기에도 유사한 위법 행위가 반복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의지가 중요하지만 단순한 의지로 해결될 문제인지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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