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우리은행

금융감독원이 '매운맛'을 예고한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전·현직 고위 임원들이 연루된 부당대출 규모만 2334억원에 달한다. 파생상품 손실 은폐, 인수합병(M&A) 절차, 징계 수위 등도 문제가 됐다.

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의 검사결과'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번 검사로 우리은행에서 101건, 총 2334억원 규모 부당대출을 적발했다.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380억 추가 적발


금감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이 연루된 부당대출은 기존 350억원에서 380억원을 추가 적발했으며 이 중 62%에 달하는 451억원은 현 경영진이 취힘한 2023년 3월 이후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중 46%인 338억원이 부실화됐으며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 이후 취급해 정상으로 분류한 328억원 역시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특히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여신을 주도한 지역 본부장 A씨는 여신 취급 과정에서 자금용도, 상환능력 평가를 소홀히 하는 등 내규를 다수 위반했고 퇴직 후에는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한 차주사에 재취업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위 임직원 연루 부당대출, 77%가 부실화


또 본부장 3명, 지점장 24명 등 고위 임직원 27명이 단기성과 등을 위해 대출심사와 사후관리를 소홀히 해 부당대출 1604억원을 취급했고 이 중 61.5%에 해당하는 987억원은 임 회장 취임 이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604억 중 부실화 대출은 1229억원으로 76.6%에 달한다

고위 임직원이 얽힌 부당대출은 다니는 교회 교인, 법인 부동산 차주 등과 공모한 사례가 적발됐다.

여신지원그룹 부행장 B씨는 같은 교회에 다니는 브로커 C씨를 지점장 D씨에게 소개해 약 18억원 규모 여신을 취급했고 이 과정에서 D씨는 아내 계좌로 3800만원을 수수했다.

지점장 E씨는 I법인 부동산 매입자금 250억원 대출을 본부심사에서 거절하자 차주와 공모해 계약서 조건과 금액을 변경한 뒤 "부결 시 차주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담당 심사역을 압박했다. 또 대출금 일부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등 차주 관계자의 횡령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홍콩H지수 기초 ELS 판매규제 위반


파생상품 관련 손익조작도 문제가 됐다. 우리은행은 홍콩 H지수 급락으로 파생장부상 손실이 커지자 내부 손실한도를 초고하지 않도록 평가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손실 누적액 1000억원 가량을 2년 이상 숨긴 혐의를 받는다.

리스크부서는 딜러가 의도적으로 왜곡한 평가데이터를 적절한 검증절차 없이 사용하도록 방치해 해당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은행 전산 개발, 구축, 운영 업무 대부분을 외주화하고 IT인력 대부분이 본점과 이격 근무하거나 계열사에 파견·겸직 근무해 전산시스템 설계 오류를 뒤늦게 발견한 사례도 확인했다고 금융감독원은 설명했다.특히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액이 400억원 가량으로 규모는 작으나 내부통제상 취약점은 타 은행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출성 상품 철회신청 만료일에 비대면 철회 신청이 불가하도록 전산시스템을 운영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소비자 권리 행사를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금융감독원은 설명했다.
 


우리은행, 타행 대비 징계 수위 낮아


온정적 징계도 문제 삼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 회장이 재임 시절 대폭 완화안 여신 관련 징계기준을 아직까지 사용해 여신 관련 사고자 상당수가 견책 이하 경징계를 받는데 그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귀책금액 10~20억원,.비외부감사법인 기준 5~10억원은 견책이 그치지만 타 은행은 귀책금액 2억원 이상 시 감봉 이상 처분을 내린다.

또 합리적 기준 없이 제재 완료 전 징계예정자에 포상·승진을 시행해 징계 효과를 면탈한 사례도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혐의를 인지하고도 이를 당국에 5개월간 미보고했다"고 짚었다.
 


증권사 인수·경영목표 변경 시 절차 아쉬움도


금융감독원은 건전성과 리스크관리를 경시했다고도 지적했다. 먼저 한국포스증권 인수 당시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절차 준수가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임 회장은 자회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해당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키로 결정했다.

또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불과 20분 간격으로 개최함에 따라 리스크관리위원회 심의 내용이 이사회 안건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아울러 지주의 자회사 편입 관련 인허가권을 가진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되었는데도 공식 이사회 석상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지난해 우리은행이 경영목표로 삼은 '기업금융 확대'도 문제 삼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3분기 계대출 급증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 방어를 위해 이사회 보고 및 논의 없이 기업대출 감축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핵심성과지표(KPI)를 수정했다.

특히 지주는 은행 경영진이 영업목표를 지주 경영계획과 어긋나도록 임의 변경하였는데도 이를 통제하지 못하여 은행 본연의 자금중개 기능이 훼손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금융감독원은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금융지주의 자본비율이 다른 지주 대비 낮은데도 주가지수옵션 거래, NPL 사업을 확대하는 등 고위험 자산 위주 투자성향을 유지했지만 그룹 전체의 리스크를 인식하고 측정, 관리하는 업무는 미흡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미래에 실현될 수익에 의존하는 이연법인세자산 등 자본으로 보기 어려운 항목이 보통주 자본에서 공제되지 않은 사실과 복수의 자회사가 동일 사업장에 공동투자를 진행하여 트랜치 순위가 같은데도 자회사별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다른 사례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또 "연결 대상 펀드가 대출채권 등을 보유한 경우 해당 자산에 대한 미사용약정 관련 대손충당금 및 신용리스크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여 반영해야 하나 이를 누락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은행에서 파생상품 관련 대규모 손실을 수반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운영리스크 위험가중자산에 반영하지 않았고 은행 외 자회사 운영리스크 손실사건 데이터를 자동으로 입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거나 시스템 운영을 소홀히 하고 있는데도 이를 방치하는 등 지주 차원 관리가 미흡한 점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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