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모바일 카드 화면. 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모바일 카드 화면. 사진=현대카드

애플페이가 국내 카드사 중 유일하게 현대카드와 맞손을 잡은 가운데 올해 타 카드사들과도 협업을 준비 중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가 올해 애플페이 도입을 준비 중이며 2~3월 중으로 출시 예정이다. 현재 애플페이를 도입한 카드사는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신한카드는 최근 애플과 협업해 2월 중으로 애플페이를 카드와 연동시킬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8월 구인공고 사이트에 'KB국민카드 애플페이 구축-탠덤 경력자'라는 제목의 공고가 올라왔다가 삭제돼 사실상 해당 사업을 비밀리에 준비 중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다만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관계자 모두 애플페이 관련 예상에는 "확인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애플페이는 타국 대비 높은 가격의 수수료율 책정과 단말기 설치를 위한 초기 비용 등이 진입장벽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애플의 기밀보장의무 정책으로 현대카드와 구체적인 계약조건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금융업계는 현대카드가 결제 대금의 약 0.15%를 애플에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현대카드가 국내 카드사 중 유일하게 애플페이 제휴사라는 타이틀을 유지 중이다. 일각에선 수익성의 부분에서 의문을 표하기도 하지만 현대카드는 이를 통해 개인 고객의 해외이용 부문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여신금융협회의 소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 2023년 9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카드사 중 개인 신용카드 고객의 해외이용금액이 1위를 기록 중이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12월 개인 신용카드고객의 해외이용금액은 3조3523억원으로 애플페이를 도입한 2023년 3월 대비 6.5배 수준이다.

현대카드의 이런 확실한 '공격 마케팅' 이면에는 금융지주 계열사인 신한카드·KB국민카드와 달리 일반 대기업 계열사라는 점에서 체질적인 차이가 있다. 디자인·문화를 넘어 '디지털 경영철학'을 내세우며 도전적인 마케팅으로 업계에서 독자적인 사업 저변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인 지난해 12월 기준 현대카드는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확대 등이 주효하면서 일시불 기준 개인 신용카드 이용금액 10조5165억원으로 카드사 중 1위에 올랐다.

반대로 신한카드는 대형 금융지주 계열사로서 쌓아온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데이터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 취임한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빅데이터 마케팅을 이끌어왔던 만큼 관련 사업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KB국민카드는 여러 앱 서비스를 KB페이로 통합해 플랫폼 역량을 내세우며 중소기업대출(SME) 시장에서 법인카드 매출을 확보하고 있다.

만약 '애플페이 풍문'이 실현된다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후발주자로 애플페이 시장에 뛰어드는 등 단말기 설치 등의 비용 발생 감수는 필연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주요 아이폰 수요층과 중장기적인 수요 증가 등을 고려한다면 잠재력을 갖춘 사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2024 한국 성인 스마트폰 사용 현황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64%가 아이폰 이용자인 것으로 분석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모든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을 두고 내부논의는 거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지만 선제적으로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층의 절반 가량의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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