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증권이 영풍정밀 공개매수 주관사로 참여하면서 전통IB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최씨 일가 측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하나증권도 주관수수료와 차입금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3인이 출자해 설립한 제리코파트너스가 영풍정밀 발행주식의 25%인 393만7500주를 공개매수하기 위해 최대 1181억원을 투입한다. 공개매수 주관은 하나증권이 맡았다.
가격은 주당 3만원으로, 한국기업투자홀딩스(MBK파트너스 측)가 제시한 2만5000원보다 20% 높은 가격이다. 제리코파트너스는 자기자금 300억원을 준비하고, 나머지 881억원은 하나증권으로부터 차입하기로 결정했다. 만기는 6개월, 최소고정금리는 5.7%로 계약했다.
하나증권은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9900만원의 수수료와 약 25억원의 이자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인수금융 이자는 만기가 연장될 경우 연간 67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자문수수료와 기관투자자 재매각 과정을 고려하면 수수료수익은 더 불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하나증권은 영풍정밀 지분 경쟁에 뛰어들면서 처음으로 공개매수 트랙레코드를 쌓게 됐다. 하나증권은 부동산시장 위축 여파를 극복하고자 전통IB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취임 후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IB그룹을 IB1·2 부문으로 분리하고, 전통 IB를 담당하는 IB1 부문 밑으로는 ECM본부와 기업금융본부를 꾸리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
특히 올해 상반기까지 포스뱅크, 에이피알, 현대마린솔루션 등의 상장을 대표 및 공동주관하면서 실적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IB부문 영업이익은 9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5억원이 증가했다. 여기에 공개매수까지 참여하면서 전통IB 시장에서 점차 영향력을 넗히고 있다.
증권사들은 부동산시장 위축을 극복하고자 공개매수와 자문수수료 등을 통해 IB 수익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공개매수는 19건, 올해는 8월말 기준으로만 14건을 돌파했다. 특히 MBK 측 공개매수 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은 공개매수 시장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증권사 중 가장 먼저 공개매수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도입해 소액주주들의 편의성도 높였다. 공개매수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KB증권도 비대면 공개매수 청약 시스템을 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공개매수가 긍정적인 결과로 마무리된다면 관계사나 계열사의 주식자본시장(ECM)·채권자본시장(DCM) 영업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고려아연과 같은 경영권 분쟁의 경우 반대 측 기업과의 영업은 약화되겠지만, 차입금 이자수익 등을 고려했을 때 나쁘지 않은 딜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은 고려아연 관련 공개매수로 약 1000억원의 수익이 예상된다"며 "당분간 고려아연과 최 회장 측 딜에는 참여할 수 없겠지만, 기대수익을 고려하면 오히려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전통IB 강화 기조를 유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