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과 영풍이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딜을 주관하는 증권사들이 승자로 떠올랐다. 증권사들은 공개매수에 따른 주관수수료를 비롯해 이들에게 자금 대출을 통해 이자수익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양측 싸움이 번질 수록 딜을 대행해주며 이득을 보는 증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고려아연은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가 공동 창업한 영풍그룹 계열사다. 고려아연 경영은 최씨 일가가 맡는 대신 대주주는 영풍이 취하는 구조다. 양측은 고려아연의 경영 방향을 놓고 수년간 갈등을 빚어오다가, 최근 영풍이 최윤범 회장 중심의 이사회를 뒤엎기 위해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분쟁이 시작됐다. 

재계와 금융권 안팎에서는 영풍과 MBK가 고려아연의 33.13%, 최씨 일가가 우호지분을 포함하면 33.99%를 보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풍-MBK연합은 지난달 주당 66만원에 발행주식총수의 6.98~14.61%를 사들이겠다며 공개매수를 선언했고, 이후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75만원으로 올렸다. 그러자 고려아연 측이 주당 83만원에 발행주식총수의 약 18.0%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 영풍-MBK 측도 이에 질세라 14.61%를 주당 83만원에 사겠다고 맞불을 놨다. 

경영권분쟁이 격화될 수록 필요 자금도 늘어난다. 공개매수에 필요한 금액만 따지면 영풍-MBK 측이 2조5141억원, 고려아연 측이 3조955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고려아연 경영권의 '격전지'로 꼽히는 영풍정밀 주식까지 더하면 영풍-MBK는 2064억원, 고려아연은 1183억원의 추가 자금이 투입된다. 

영풍과 MBK, 고려아연은 증권사와 사모펀드, 은행들에게 필요 자금을 차입해 공개매수 자금을 충당할 계획이다. 양측 모두 차입 규모가 거대해 어느쪽이 이기더라도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하는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들의 딜이 갱신될 수록 웃고 있는 곳은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증권사들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연합뉴스

NH투자증권은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영풍과 MBK의 딜을 주관하면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낼 하우스로 거론된다. NH투자증권은 영풍-MBK가 주당 공개매수가를 83만원으로 올리면서 1조5785억원을 연 5.7%로 9개월간 빌려주기로 했다. 만기 시 675억원, 만기가 연장되면 연 900억원에 가까운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공개매수 수수료 33억원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영풍-MBK 측의 영풍정밀 공개매수도 주관하고 있다. 주관수수료 11억원과 1365억원 차입금에 대한 이자수익으로 9개월 만기 시 58억원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IB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이번 딜을 통해 1000억원이 훌쩍 넘는 수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려아연 측에는 다수 증권사들이 딜에 참여했다. 일단 미래에셋증권이 공개매수 주관을 맡으면서 주관수수료 23억원을 챙긴다. 메리츠증권은 고려아연에 1조원을 연 6.5% 금리로 빌려주면서 약 650억원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도 고려아연 백기사로 나선 베인캐피탈에 3437억원을 연 5.7%로 9개월간 빌려주기로 했다. 한투는 9개월 만기 시 147억원, 1년 기준으로는 196억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한투의 경우 고려아연이 지난해부터 세 차례 공시한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도 맺고 있는 상태다. 

하나증권은 고려아연 측의 영풍정밀 주식 공개매수를 주관하면서 처음으로 공개매수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하나증권은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9900만원의 수수료와 약 25억원의 이자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자는 만기가 연장될 경우 연간 67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자문수수료와 기관투자자 재매각 과정을 고려하면 수수료수익은 더 불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증권사들은 고려아연과 영풍의 승패와는 무관하게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이미 주관 계약과 차입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 되면 당분간 상대 측 기업의 IB 관련 딜에는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고려아연과 영풍 계열사들을 미뤄봤을 때 현재 딜에 참여하는 것이 더 이득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증권사들이 앉아서 돈을 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이번 쩐의 전쟁에서 진짜 승자는 증권사들과 자문을 맡은 로펌일 것이라는 해석도 파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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