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두고 신중한 태도를 고수했다. 물가는 완만한 둔화세를 그리고 있지만 목표 수렴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18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창용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두고 "데이터를 좀 더 봐야 한다"고 답했다.

물가 전망치는 예상과 부합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4월(2.9%)보다 0.2%p 하락하며 2%대를 유지했다. 5월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2%로 나타났다.

전망도 긍정적이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2.5%를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내수 측면에서 물가 압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이 총재는 "연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높아지기도 했으나 전반적 오름세는 완만한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며 "향후 물가는 최근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을 감안할 때 5월 전망과 부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이 총재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상여건 등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에 수렴해 나갈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특히 이 총재는 "7월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금통위원들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고 데이터도 좀 더 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창립 74주년 기념식에서도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현재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완화 기조로 섣부른 선회 후 인플레이션이 불안해져서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감수해야 할 정책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마지막 구간에 접어든 지금, 섬세하고 균형있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미국은 물가상승률이 시장 전망을 밑돌면서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이달 1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5.25~5.50% 수준으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빨리 낮아진다면 언제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연준이 9월 혹은 12월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6일 "통화 정책에 영향을 주는 물가지표인 근원물가 상승률이 최근 안정되고 있고 다른 국가도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이라며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금리인하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에 이 총재는 "각자 책임이 있는 기관이 독립적으로 결정하면 된다"며 "여러 곳에서 많은 의견을 듣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취임 이후 꾸준히 기준금리 결정에는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보다 물가상승률 등 외부 요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 총재는 "전문가가 의견을 주시면 청취하는 것이 한국은행의 임무"이라면서도 "기준금리는 금통위원들이 여러 의견을 보고 독립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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