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물가상승률의 정확한 수치가 아닌 하락 추세라고 거듭 강조했다.
성장률 전망치가 오르기는 했으나 순수출 덕이 컸던 만큼 물가 상승 압력은 덜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는 경제 전망이 맞지 않는 경우가 생겨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이 총재는 적극적으로 소통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경제 성장률 등 경기가 호조를 보였는데 금리 인하 필요성이 줄어든 것 아닌가?
△하반기 금리인하 기대가 있지만 물가가 상방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훨씬 더 커진 상황으로 보고 있다.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물가가 더 올라간다고 하면 당연히 고려해 봐야 하겠지만 현 상황에서 그럴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게 금통위원들 견해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높여 잡으면서도 물가 전망(2.6%)을 유지한 이유는?
△올해 성장률을 2.1%에서 2.5%로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수준을 유지한 가장 큰 이유는 이번 1분기 성장률 제고의 4분의 3 정도가 순수출에 있었기 때문이다.
수출은 예상보다 굉장히 좋았던 반면 수입은 예상보다 줄었다. 날씨가 좋아서 에너지 수입이 줄고 반도체 투자가 지연되면서 반도체 설비 등 수입이 감소했다. 순수출이 성장률 증가를 설명하고 물가에는 영향이 적은 걸로 본다.
다만 성장률 전망치가 오르면서 물가에 미치는 상승 압력은 분명히 있지만 소수점 첫째 자리를 바꿀 정도로 크진 않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실제 GDP와 잠재 GDP 간 차이가 플러스로 전환하는 시점은 언제인가?
△GDP 갭이 양수로 돌아가는 시점은 내년 초로 보고 있다. 이번에 경제성장률 전망을 올림으로써 음수에 있던 GDP 갭이 축소되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양수로 전환되는 시점은 내년 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총선 이후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 수요 영향은 없나?
△가공식품과 외식은 비교적 많이 안정되고 있다. 이는 원자재 가격과 관련이 크고 소비 성장률을 고려할 때 내수가 외식이나 가공식품의 가격을 끌어올릴 정도로 강하지는 않다고 본다.
유럽이나 미국은 서비스물가 상승률이 높아서 인플레가 빨리 안 내려오고 있는데 우리 서비스물가는 2%대 중반으로 안정화되고 있다.
가공식품과 외식 파트는 수입품 가격이라든지 농수산물 가격이라든지 공급 쪽의 요인이 크다고 생각한다.
-지난 4월 통화정책방향 직후 금통위원 한 명이 3개월 이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인지?
△이번에도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1명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나머지 5명은 3개월 후에도 3.50%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하신 분은 물가 상승 압력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내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상승률도 둔화 추세가 이어질 거라고 예상된다는 입장이다.
-1분기 GDP 성장률 발표가 한 달 정도 지났다. 내수가 깜짝 성장한 배경에 대한 원인은?
△1분기 전망에 차이가 났던 이유는 4분의 3 정도가 대외 부문에 있다. 수출이 예상보다 좋았고 수입이 예상보다 더 감소하면서 놓친 게 있다.
내수도 휴대전화 신제품 출시가 앞당겨지면서 뒤에 있던 소비를 앞으로 끌어당긴 측면이 있다. 정부 이전지출이 늘어난 부분도 놓쳤다. 다만 이런 자료가 바로바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더 빨리 자료를 받아볼 수 있을지 정부와 얘기해 보겠다.
-한국은행 전망이 큰 폭으로 틀리면서 신뢰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전망 실패론이 나오면 당연히 겸손하게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강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번에 성장률을 0.4%p 수정했는데 이런 일은 많다. 당장 미국만 봐도 국제통화기금(IMF)이 0.6%p 올렸다.
제가 외국에 오래 있었는데 전망이 틀렸을 때 통계를 발표하지 말라든지 금리점도표를 하지 말라든지 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만 유독 그런 얘기가 나온다.
독립성을 강조하고 예측이 틀리면 시장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의식이 있다. 한은이 아무 것도 안하면 비난 안 받고 좋다.
전망이라는 것은 자연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예측하기 굉장히 어렵다. 중요한 것은 에러가 나면 어떤 이유에서 차이가 났고 이로 인해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제가 총재일 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발전이 없다. 제가 있는 한 더 많은 소통을 하고 정보를 줘서 발전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출장 관련 간담회에서 4월과 세 가지 전제가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사실상의 금리인하 전면 재검토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유효한가?
△4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에 세 가지 뉴스가 생겼다.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이 미뤄졌고 1분기 성장률이 생각보다 좋았다. 또 이란 이스라엘 전쟁으로 인해 환율이 크게 뛰기도 했다.
성장률은 상향했지만 물가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란과 이스라엘 분쟁도 다행히 번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란 대통령 사망 등으로 언제든지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어서 그때와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이 언제 피봇을 하느냐에 따라 환율이 영향을 받을 것 같다. 그로 인해 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해졌다고 표현한 것이다.
정확하게 원점에서 본다는 뜻은 아니지만 숫자를 다시 재검토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금리인하 시점이 불확실해졌다고 표현했다.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게 큰 뉴스다. 물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봤는데 항목을 보니 2.6%에서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는 영향을 주지만 첫째 자리에는 영향 없어 전망 자체를 바꿀 정도로 크지 않다는 것이다.
물가상승률 2.3%이면 금리인하를 검토하고 2.4%면 안 하는 건 아니다. 어느정도인지 보고 통화정책을 하려면 12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인데 그럴 수는 없다. 내려가는 추세를 보면서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 측면에서 궤를 같이 한다.
다만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4월보다 커졌다. 그게 큰 차이다.
-하반기에 금리인하를 하게 된다면 인하 폭 자체는 기존 생각과 비교해 어떤지?
△아직 인하 폭을 논의하진 않았다. 개인 의견은 인하 시점을 먼저 확인하고 그 다음 폭을 생각해야 한다. 중립금리 역시 금융안정을 고려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다르기도 하다.
물가가 잡히지 전에는 물가가 가장 중요한 변수이지만 물가가 안정되면 내수와 조화롭게 미래 금융안정을 고려해 인하 폭을 결정할 것이다.
-금융안정을 위해 한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떤 부분이 필요한가?
△부동산 연착륙 방안도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다. 이번 대책은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조정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부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한은이 할 수 있는 대책은 이미 발표됐다.
적격담보대출 담보증권 확대 등은 금융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전산 작업을 하고 있다. 비은행은 법적으로 가능한지, 금융감독원과 협약을 맺어 어떻게 감독 기능을 강화할지 합의하고 있다.
국내 은행은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계속해서 4월 위기설, 5월 위기설 얘기가 나오지만 위기가 안 터지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가 아닐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