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번에도 시장에 금리인하가 이르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금융통화위원회도 지난 통화정책방향회의와 마찬가지로 6명 중 1명만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창용 총재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두고 "깜빡이를 켤까 말까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1월 상반기 내 금리 인하는 어렵지 않겠냐고 이야기했는데 6개월 시계에 대해 다시 말씀드리면 저 포함 금통위원은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금통위원 전체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초 예측한 대로 연말 2.3% 정도까지 둔화한다고 하면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가 등을 이유로 기존 예상 경로인 2.3%보다 높아진다면 하반기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한은이 금리인하 깜빡이를 켰다'는 표현도 쓰시던데 깜빡이는 바꾸려고 준비한다는 뜻인데 저희는 켤까 말까 고민하는 중"이라며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다음은 이창용 총재 일문일답.

-물가 수준 자체가 높아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이 수준을 고려해 물가상승률 목표를 하향하는 건 고려하지 않는지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우리는 농산물과 주택 등 물가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전기와 교통 등 유틸리티 부문은 상대적으로 낮다.

중앙은행이 곤혹스러운 점은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이 높은 것은 기후변화 등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산물이 소비자물가상승률(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인데 최근 2∼3개월 동안 우리 CPI 상승률 중 30% 정도가 농산물 영향을 받았다.

과실이 CPI 비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지만 가격 상승이 최근 CPI 오른 것 18% 정도다.

당연히 농산물 가격, 사과 가격이 오르면 서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고 정부가 나서 보조금도 주고 물가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금리로 잡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작황이 변했는데 재배면적 늘리고 재정을 쓴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재배면적을 늘렸는데 기후가 좋아서 농산물 생산이 늘어나면 가격이 폭락해 생산자는 어려워지고 또 재정을 투하해 보조하게 된다.

반면 기후가 나빠졌다고 하면 재배면적이 크더라도 생산량이 줄어 보조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참 불편한 진실이지만 농산물 등 물가 수준이 높은 것은 통화 재정 정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이제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때다. 기후변화 등이 심할 때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 같은 정책을 계속 수립할 것이냐, 이게 국민의 선택이라면 그렇게 할 수도 있고 수입을 통해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많은 분이 유통을 개선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시는데 기후변화 때문에 생산량이 줄면 유통을 아무리 개선해도 한계가 있다.

이제는 구조적인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후변화 때문에 생기는 구조적 변화에서 국민 합의점이 어디인지 등을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금융통화위원의 향후 3개월 금리 전망은 어떤가.

△지난 2월과 같다. 여섯 분 중 다섯 분은 3개월 뒤에도 현행 3.50%에서 금리 유지가 적절하다는 견해고 한 분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하셨다.

다섯 분은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지속할 필요성을 이야기하셨다.

나머지 한 분은 공급 요인 불확실성에도 기조적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경우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했다.

-소비자물가는 근원물가와 헤드라인 물가 중 어디에 방점을 두는지.

△한마디로 답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통화정책은 수요를 조절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원물가를 보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여러 물가 기대 심리는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 

재 근원물가 상승률은 예측한 대로 둔화하고 있는데 농산물 가격과 유가가 오르면서 헤드라인물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 물가 예측에 불확실성이 크다. 한두 달 더 헤드라인물가가 예상대로 움직이는지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하는 선택지도 있는지.

△미국 금리 하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기조에서는 환율 등에 제약이 있어 우리나라 통화정책이 미국 통화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통화정책에 주는 영향이 예전과는 다른 상황이고 세계적으로 탈동조화되고 있다.

반드시 미국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환율 영향 등 국내 요인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지난해보다는 커졌다.

미국이 피벗(Pivot, 정책 방향 변경) 시그널을 준 상황에서는 국내 물가상승률 고려가 더 크기 때문에 이에 따라 미국보다 먼저 인할 수도 있고 뒤에 할 수도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60원대까지 올랐는데 과거보다 시장 불안이 크지 않은데 이유를 어떻게 보는지.

△현재 환율은 단순히 원화만 절하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달러 강세 영향을 받은 것이다. 과거와 달리 국민연금, 서학개미 등 해외 투자자산이 늘어서 기본적으로 환율 변동으로 경제 위기가 오는 구조가 아닌 것도 있다.

최근 환율이 1360원 선까지 오른 건 미국 피벗 기대가 뒤로 밀리면서 달러 강세가 나타났고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가 특히 더 절하 압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변국 통화에 대응되다 보니 펀더멘탈보다 과도하게 절하된 면이 있지 않나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특정 수준을 목표로 하지는 않지만 주변국 영향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나 인해 환율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환율을 안정시킬 여력과 방법이 있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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