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새롭게 도입한 회계제도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온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금융감독원은 1분기 보험사 실적을 발표한다. 올해 보험업 실적은 업권별 차이가 두드러진다.
손해보험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이어 갔다. 손해보험업계 빅5(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가 발표한 1분기 당기 순이익을 합하면 2조52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9%(1조9921억원) 늘었다.
세부적으로 봐도 삼성화재는 지난해 동기 대비 14.6% 성장한 7010억원을 기록했고 DB손해보험은 30.4% 증가한 5384억원, 메리츠화재는 23.8% 증가한 4909억원, 현대해상은 51.3% 증가한 4773억원, KB손해보험은 15.1% 증가한 2992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이에 비해 생명보험사 실적은 뒷걸음질 쳤다. 먼저 '대장' 삼성생명 순익은 10.3% 하락한 6633억원,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36.5%, 38.7% 하락한 3683억원, 2933억원을 기록했다.
생명보험사 실적 악화는 새 회계제도 도입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생명보험사는 그동안 미보고 발생손해액(IBNR) 적립 시점을 보험금 청구일로 맞췄다.
하지만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을 도입하면서 IBNR 준비금 적립 기준이 원인사고일(실제 사고발생일)로 변경됐다.
반면 손해보험사는 이전부터 IBNR 준비금 적립 기준을 원인사고일로 삼아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손익 변화가 없다.
즉 IBNR 준비금 적립 기준이 바뀌며 생명보험사는 준비금 추가 적립에 따른 일회성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IBNR은 보험 사고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생겼음에도 고객이 청구하지 않은 금액이다. 일종의 충당금으로 회계상 부채로 인식한다.
생명보험사는 업종 특성 보험금 지급 시기가 늦는 항목이 많아 지급일이 늦을수록 이익을 높게 잡을 수 있다.
IBNR 기준이 바뀌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올해 1분기 보험 손익에 IBNR 적립금을 각각 780억원, 840억원 반영했다.
일각에서는 역대급 실적을 갱신 중인 손해보험사를 두고도 부풀리기 의혹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의혹은 지난해 손해보험사 순이익이 보험 수입 대비 높았다는 점에서 비롯했다. 지난해 손해보험사 보험 수입, 즉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는 4%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당기순이익은 51%가 늘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1분기에도 계속됐다는 점이다. 지난 16일 금융감독원과 한국회계학회가 공동 주최한 '보험회계 세미나' 참석자는 모두 보험사 계리적 가정에 주목했다.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해지율, 손해율을 이익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열린 한국리스크관리학회 세미나에서도 '보험사 실적 부풀리기' 문제가 거론됐다.
해당 세미나에서는 부풀리기 원인으로 계약서비스마진(CSM)에 할인율을 적용하는 점을 꼽았다.
지난해 IFRS17을 도입하면서 보험사는 상품 판매 시 이익을 즉시 반영하는 게 아니라 부채 항목에 CSM으로 잡은 뒤 매년 일정 비율로 이익 전환한다.
보험사는 CSM을 이익으로 전환하면서 현재 가치로 환산한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할인율은 4.8%로 이 CSM 할인율이 이익 부풀리기 원인으로 지적됐다.
당시 세미나에서는 할인율 적용으로 인해 손해보험사 이익이 1.65배가 부풀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금융당국도 CSM 할인율 등 보험회계 제도와 관련해 근본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손해보험 업계에서는 실적 부풀리기는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당기순이익에는 보험수입료도 중요하지만 투자수익 등 다른부분도 영향을 준다"며 "1분기 손해보험사 실적은 고객 니즈 등을 잘 맞춰 출시했고 회계제도에 잘 대응한 결과인데 실적 부풀리기로만 평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 부풀리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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