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보험업계가 3년 연속 자동차보험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실적 전망에 암운이 드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생금융 실천을 위해 자동차보험료를 크게 낮췄고 불안정한 대외 환경으로 정비수가가 급증해 일찍부터 전년 대비 손해율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영업손익은 5539억원으로 전년 대비 15.9%(759억원) 증가했다. 2021년 3981억원, 2022년 4780억원에 이은 3년 연속 흑자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19년 92.9%까지 오른 이후 2020년 85.7%, 2021년 81.5%, 2022년 81.2% 등에 이어 4년 연속 손해율 감소세를 이어갔다.
2023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0.7%로 전년(81.2%)과 비교해 0.5%p 하락하며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설계사 수수료 등 보험료에서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사업비율은 소폭 악화했으나 손해율이 크게 개선된 덕이다. 손해율은 태풍 등 자연재해 피해가 크지 않아 지급보험금 등 발생손해액이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문제는 올해 실적이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올해 자동차보험은 흑자를 기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무엇보다 상생금융 여파가 크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보험료 3% 인하를 가정했을 때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 손익은 51.2%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지난해 12월 손해보험사는 상생금융 방안으로 자동차보험료 2% 인하를 발표했다. 인하는 올해 2월 이후 책임 개시한 계약부터 적용된다.
또한 지난 1~2월 강원·중부지역 대설과 여름철 다가올 태풍 등 계절적인 요인도 변수다.
태풍은 매년 보험업계 자동차 손해율을 높이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 2021년에는 태풍 '힌남노'가 하루 6000만 건에 달하는 차량 침수 피해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직격탄을 날렸다.
불안정한 대외 환경도 우울한 전망에 힘을 보탰다. 중동 국가 간 갈등 장기화로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자 정비수가도 크게 올랐다. 다만 손해보험사가 아직 자동차보험에 정비수가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아 추후 손해율 확대를 피하기 어려운 상태다.
올해 정비수가는 벌써 지난해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상승했다. 현재 자동차보험금의 30% 이상이 차량 정비 비용인 만큼 정비수가가 오른다면 손보사 타격도 불가피하다.
금융당국 압박도 거세다. 최근 금융당국은 보험사기 근절에 열을 올리며 자동차보험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자동차보험 경력 인정 기준 개선'과 '대리운전자보험 할인 및 할증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과도한 자동차보험 인상 요인을 막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보험 경력 인정 기준 개선안에는 렌트카를 이용하는 운전자가 보험 가입 시 운전 경력을 인정받아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리운전자 할인 및 할증 제도는 대리 운전기사가 고가 차량과 사고 시 사고위험을 충분히 보장 받을 수 있도록 대물배상과 자기차량손해 보상한도를 확대하는 게 주 내용이다.
보험업계에서는 해당 개선 방안을 두고 "지도가 과도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소비자를 위한 정책이라지만 보험사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상생금융안 발표 이후 카드사에 이렇다 할 지적을 하지 않고 있지만 보험사에는 보험료 할증 문제를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성과급 지급 등 카드사에 비해 업권 사정이 더 나은 만큼 곳간 문을 더 열라는 압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손해보험업계는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매년 누구보다 먼저 자동차보험료를 낮췄지만 돌아온 건 남은 보따리까지 내놓으라는 압박"이라며 "금융당국이 올해 초 성과금 지도부터 운전경력 인정 등 제도 개선을 이유로 보험업계를 겨냥한 정책을 집중적으로 쏟아 내는 듯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자동차보험은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대외 악재는 물론 대내 압박 요인까지 살얼음판을 위에 서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극심한 보험료 인상 압박 속에서도 고객의 고통이 최대한 작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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