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승헌 기자
사진=신승헌 기자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표심이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현주 부회장 '모녀'가 아닌 임종윤·종훈 형제에게 향했다. 양측은 근소한 차로 박빙의 경쟁을 했는데, 주총 결과에 따라 '형제'가 제안한 이사회 후보가 모두 선임되며 경영권을 잡게 됐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이사 선임의 건으로 OCI와의 통합에 찬성하는 임주현 부회장을 포함해 이우현 OCI 회장, 최인형 한미약품 R&D센터장,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대학원교수, 서정모 전 신세계그룹 전략실 기획팀장, 박경진 명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등 6명을 선임했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임종윤 전 사장을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임종훈 전 사장을 한미약품 대표이사로 제안했다. 또한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 사봉관 변호사, 배보경 도화엔지니어링 사외이사 등 5명을 제안했다. 

표결 결과 회사 측 후보들은 모두 부결되며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제안한 후보들은 이사회를 장악하며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OCI그룹과의 통합도 무산됐다. 주총이 종료된 직후 OCI그룹은 공식 입장을 통해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한미그룹과의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 향후 재추진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주총이 열리기까지 모든 상황이 임 형제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던 것만은 아니다. 분쟁이 시작될 당시에는 자신들과 특수관계자의 총 지분 28.42%를 보유한 가운데, 신동국 한양정밀화확 회장이 형제를 지지하면서 추가로 지분 12.15%를 확보해 40.57%로 모녀를 앞서며 승기를 잡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26일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임 형제의 주주제안을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모녀 측 지분에 7.66%을 합했다. 모녀는 총 42.96%을 확보하며 형제를 앞서갔다. 여기에 임종윤 전 사장 측이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도 기각되며 거듭 어려운 상황에 처했었다. 

지난 21일 임종윤 전 사장은 한미의 비전을 발표하면서 "경영에 복귀한다면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한미약품그룹을 순이익 1조원을 내는 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공언했다. 특히 CDO(위탁개발)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뜻도 내비쳤다.

또한 임 전 사장은 "한미는 한미의 문화를 아는 사람이 이끌어야 한다"면서 "형제에게 기회를 준다면 기업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28일 한 제약 관계자는 "임성기 회장의 뜻을 이어가고 한미약품의 전통성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를 바라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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