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사무실을 오갈 때 항상 합정역에서 환승을 한다.

평일과 주말 모두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역에서는 팬들이 마음을 모아 건 연예인 생일 축하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기억에 남는 광고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채널A '도시어부' 팀에서 건 배우 이덕화 씨의 광고다. 70대 연예인 생일 광고는 처음이라 재미있었다.

다른 하나는 보이그룹 '플레이브' 멤버 하민의 생일 광고다. 게임 캐릭터가 생각나는 모델링도 아니고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그림체도 아니었다. 굳이 찾자면 순정만화에 가장 가까운 캐릭터였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하민이라는 친구는 버추얼(Virtual) 아이돌 그룹 멤버였다. 본체가 특수장비를 입고 움직이면 트래킹 기술로 이를 2D 캐릭터로 구현해 내보낸다.

유튜브 구독자는 61만5000명. 지난달 발매한 앨범은 일주일 만에 스무만 장이 팔렸고 MBC '쇼!음악중심'에서는 비비와 르세라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팬들이 꼽는 매력 중 하나는 소통이 많다는 점이다. 방송이나 행사 참석이 현실 연예인보다 쉽지 않다 보니 소통 플랫폼에 자주 찾아오고 팬 댓글에 하나하나 답글도 달아준다. 

남다른 유대감이 있지만 현실 연예인보다 활동 제약이 많으니 기회가 생기면 팬들은 투표 등 서포트에 더 열심이다.

작사, 작곡, 안무 창작, 프로듀싱 등 그룹 활동에 필요한 일도 모두 다섯 멤버가 담당한다. 본업을 잘해야 어디 내놓기에도 부끄럽지 않은 법이다.

팬들은 화면 너머 본체를 궁금해하지 않는 게 규칙이다. 본체의 사생활과 플레이브를 떼어놓는 게 되레 마음이 편한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생각해보면 연예인에게 필요한 조건은 다 갖춘 셈이다.

최근 시중은행이 아이돌 그룹을 모델로 기용하며 '스타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버추얼 아이돌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념 자체가 생소하고 방송보다 유튜브가 주 채널인 만큼 이들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건 10대일 것이다.

플레이브 멤버들이 우리나라 시중은행에서 계좌를 트진 못하겠지만 소통이 강점인 만큼 충성고객 확보에도 강점이 있다.

영상을 보고 있자면 절로 감탄이 나오는 기술력도 은행의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덜어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학창 시절 수많은 학생이 과학의 날 미래 상상화를 그렸지만 그 누구도 전염병으로 야외 활동이 제한되고 국경이 닫는 미래는 그리지 않았다. 버츄얼 아이돌이 인기를 끄는 모습을 그린 그림도 본 적이 없다.

버추얼 아이돌이란 생경한 개념이지만 낯선 것들은 언제나 세상을 바꿨다. 스마트폰도, 전기차도, 인공지능(AI) 기술도 마찬가지다.

플레이브가 아이돌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듯 은행이 시장에 보여줄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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