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의 도서정가제 개편 시도 및 정부의 출판·서점업계 예산 삭감·축소가 겹치며 출판·서점업계와 문체부 간의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출판·서점업계의 반발이 거센 이유 중 하나로 정부의 관련 예산 삭감·폐지가 꼽힌다.
15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는 14일 유인촌 문체부 장관 주재로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2024 출판계 현장 간담회'에 불참했다. 이날 간담회는 출협을 제외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저작권보호원, 한국출판인회의,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한국학술출판협회, 한국대학출판협회 등 주요 출편 관련 단체장들이 참석했다.
문체부 "지역서점 도서정가제 완화"…출판·서점계 "도움 안 돼"
출협은 간담회 불참 결정과 관련해 "유 장관 하의 문체부가 보여온 모습은 굳이 간담회에 참가해야 할 의미를 찾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현재 문체부는 출판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출협은 문체부의 도서정가제(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22조) 개편 정책 발표에 대해서도 "서점계와 출판계에 전자책 및 지역 서점과 관련해 도서정가제를 뒤흔들겠다는 정책"이라며 "상황의 심각성을 불참으로 전달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일 문체부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화·스포츠·관광산업 진흥을 위한 규제혁신 추진회의'에서 '2024년 규제혁신 5대 기본 방향과 20대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규제혁신 추진과제 중에는 △웹툰·웹소설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 제외 △지역 서점 활성화를 위한 도서정가제 완화가 포함됐다. 이 중 지역 서점 할인율 유연화는 지난 1월 '생활규제 개혁'을 주제로 진행된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바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웹툰·웹소설은 기존 간행물과 생산 및 유통 구조가 달라 도서정가제 일률적 적용으로 인한 애로사항이 많았다. 그러나 웹툰·웹소설이 도서정가제 적용에서 제외되면 컨텐츠 특성에 맞는 다양한 가격 정책이 가능해져 산업이 활성화되고 독자들도 더욱 저렴하게 향유할 수 있다.
함께 거론된 지역 서점은 약 660m²(약 200평) 미만 오프라인 서점으로, 문체부는 해당 서점에 한해 15% 이상 할인 판매가 가능하도록 개편할 계획이다. 기존 도서정가제는 발매일 및 서점 규모와 상관 없이 직접할인(가격) 및 간접할인(마일리지, 사은품) 등을 포함해 15% 이상 할인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출협을 포함한 출판·서점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참여자들은 간담회에서도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인한 어려움과 함께 지역 서점 할인율 유연화가 지역 서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출판·서점업계는 도서정가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제도 유지와 지원 정책 강화를 요구해 왔다. 전자책 및 대형 서점으로부터 출판·소규모 서점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며, 책의 가격 및 할인율이 아닌 비정상적 유통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9년 한국서점인협회(이하 한서협)는 문체부를 비롯한 기관 및 유관인에게 도서정가제 개편에 반대하는 호소문을 발송한 바 있다. 한서협은 호소문에서 "유통의 불합리를 바로 잡아야 적절한 책값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씀드린다"며 "할인으로는 '소비자 후생'이 넓어지거나 보장될 일이 결코 아니며, 할인 정책으로는 독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마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서협은 이어 "동네서점과 대형 및 온라인의 공급률 격차는 시장의 상식을 훌쩍 넘는 상황"이라며 "동네서점의 시장 점유율이 지극히 미미한 상태에서 공급률을 낮춰 받는 이들의 할인 정책을 지원하기보다는 할인을 하겠다는 측의 공급률을 적정하게 조정해 책의 정가를 낮추는 일이 정의롭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줄어들고 폐지된 '독서 관련 예산', 출판·서점업계 반발 더해
올해 정부의 독서·출판·서점 등 관련 사업 예산이 줄지어 삭감·폐지되면서 지역서점을 비롯한 출판·서점업계의 반발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올해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과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사업의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사업은 영유아 대상 책꾸러미 지원 '북스타트', 각종 독서모임 지원 등이 포함돼 있는 출판·독서분야 최대 규모 사업이다.
도서관·서점 쪽도 상황은 좋지 않다. 도서관 정책 개발 및 서비스 환경 개선 사업은 2023년 대비 52억 4000만원이 삭감됐고, 도서관 기반 조성 예산은 30억원가량 줄었다. 지역 서점을 지원하는 지역 서점 문화활동 지원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중소출판사를 지원하는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지원 사업은 올해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과 통폐합됐다.
문체부는 서점업계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지역 서점의 어려운 여건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함께 마련하고 서점업계와도 계속 소통해 나가겠다"며 "앞으로도 지역 서점을 활성화하고 국민들의 혜택을 증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유 장관도 간담회에서 "서점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국회에서 법안이 논의되는 과정에 아직 시간이 있다"고 발언했다.
향후 문체부는 올해 6월 국회에 해당 내용을 담은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개정안'을 제출해 연내 실시할 계획이다. 유 장관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오늘을 시작으로 출판계와는 자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며 "제가 필요한 자리면 언제든 초대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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