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서울 내 한 영화관을 방문한 관객들이 영화를 살피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월 28일 서울 내 한 영화관을 방문한 관객들이 영화를 살피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정부가 영화발전기금의 주요 재원인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을 폐지하겠다고 하면서 영화계 내에서 지원 축소 우려가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는 영화발전기금을 지속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지만 뚜렷한 재원 마련 방침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지난 27일 문체부와 기재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3차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영화 관람료에 징수되는 부과세 등 32개 부담금의 폐지·감면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폐지 목록 중 입장권 부담금은 영화 관람료의 3%로 부과되던 항목이다. 정부는 입장권 부담금이 폐지되는 내년부터 관람료 1만5000원 기준 영화 1회 관람 시 약 500원의 경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장권 부담금은 영화산업 진흥을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실시된 정책이다. 징수된 금액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발전기금 주요 재원으로 활용된다. 영화발전기금은 투자, 제작, 배급, 상영까지 각 단계별로 나누어 마련돼 있으며 특히 소규모 영화와 제작사를 지원하는 큰 축 중 하나다.

입장권 부담금은 영화발전기금을 비롯해 영진위의 예산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만큼, 발표 이후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영진위는 이미 코로나19 이후 영화관 방문객이 줄어들며 예산난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지난 1월 '2024 영진위 사업설명회'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2024년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사업 예산은 지난해 114억원에서 올해 67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영화제 지원사업 예산도 24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이었고, 2018년부터 이어진 지역 영화 지원 관련 사업은 전면 폐지됐다.

영화계 발전을 위한 기금 제도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운영 중이다. 그중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영화발전기금 폐지 우려가 현실화된 곳도 있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 2020년 영화 투자 및 인센티브기금 폐지를 결정했다. 당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FIDECINE를 포함해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적 손실을 복구하기 위해 약 100개의 국가 지원(신탁)을 폐지했다.

멕시코 정부의 FINDCINE 폐지 결정 이후 멕시코 영화계는 즉각 반발했다. 기예르모 델 토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알폰소 쿠아론 등 유명 영화인들은 FIDECINE 폐지를 반대하는 성명문을 제출했다. 멕시코 영화 제작사 스프링올 픽처스도 FIDECINE 소멸은 문화권 및 멕시코 헌법 4조에 대한 퇴행적 조치라고 주장하며 강력히 맞섰다.

결국 멕시코 대법원은 지난해 FIDECINE의 폐지는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멕시코 대법원은 "FIDECINE이 사라지며 법에 규정된 유일한 메커니즘이 사라졌고, 이는 연방 헌법에서 인정된 문화에 대한 권리 일부를 형성하는 영화 산업에 대한 영구적 접근과 참여를 보장했다"며 FIDECINE 유지 필요성을 설명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소비자들이 느끼는 할인폭도 크지 않다. 직장인 A씨는 "(부담금 폐지 시 할인되는 금액이) 500원이라 오히려 소비자를 농락하는 것 같기도 하다"며 "영화발전기금은 소비자와는 관계 없이 영화계 발전을 위해 쓰이는 건데, 소비자를 볼모로 영화계를 공격하는 느낌"이라 덧붙였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서민 부담을 완화한다고 하지만, 체감될 정도의 금액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프리랜서 C씨는 "오를 때는 최소 1000원 단위로 오르는데 내릴 땐 500원이다"라며 "영화재정기금 주요 재원을 줄이는 건 멀티플렉스 회사들의 입장료 수익이 아닌 비 상업영화 제작 지원금을 줄인다는 뜻인데, 이걸 푯값 줄였다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티켓값이 실제로 인하될지도 아직 미지수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입장권 부담금 폐지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다"며 "현재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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