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접근성 보완 회차 준비를 위해 공연진들이 회의 중이다. 사진 = 공엱작소 작작 

Q. 접근성 보완을 위해 참조한 사례가 있나?

홍 PD: 사실 좋은 사례가 많지 않았다. 뮤지컬 쪽에는 참고한 공연이 없다. 대신 대학원에서 했던 개인 공부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만든 '배리어프리 연극 제작 매뉴얼' 등을 참조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장애를 가진 관객들이 내게 불편을 제기하거나, 요청이나 부탁을 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때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 아쉬웠지만, '키키'에서 참고할 수 있었다.

정말 안타까운 건 일상에서 다양한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분명히 인구는 있는데, 만날 수가 없다. 그러니 실제로 뭘 불편해하고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은 게 뭔지 우리는 모른다. 접근성 매니저가 그런 점에서 특히 도움을 많이 줬다.

뮤지컬은 종합 예술이라 접근성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협력과 생각이 필요한데, 사례가 거의 없다. 휠체어 동선 마련, 해설 자막 도입, 수어 통역 등 부분적으로 한 경우는 있다. 그래서 ‘키키’의 접근성 보완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는 게 그만큼 선례가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다행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다들 할 수 있었을텐데 싶었다.

Q. 키키가 쥔 얼음처럼 일상 속 고통을 줄이는 나만의 방식이 있다면?

김 작곡가: 뚜렷하게 하나만 정해두진 않았다. 힘들 때 오는 대로 맞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조금 덜 고통스럽게 만들어 줄 다양한 걸 한다.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음악을 듣는 걸 수도 있고, 맛있는 걸 먹을 수도 있다. 그냥 갖가지 종류를 해본다.

조 작·연출: 나는 지나 보내는 걸 잘 못한다. 자꾸 해결하려 한다. '키키'를 보면서 나는 과연 얼마나 지나 보내고 있을지 생각해보니 정말 안 되더라. 그래도 키키처럼 조금이라도 더 해보려 노력 중이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건 여행이다. 요즘은 잘 못 갔지만 영화제에 가는 걸 되게 좋아한다. 영화제 가서 영화 보고, 술 먹고, 영화 보고, 술 먹는 루틴을 가장 좋아한다.(웃음) 며칠 그러면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든다. 게다가 영화제는 계속 내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지 않나. 대중적이지 않아 보기 힘든 영화들을 보여준다. 장르도 엄청 다양하다. 그런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생각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되거나, 내가 하고 싶던 것보다 더 나아간 이야기들을 보면서 '아, 나 이렇게 해도 되겠구나' 싶은 위안도 받는다.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접근성 보완 회차 준비를 위해 공연진들이 회의 중이다. 사진 = 공연제작소 작작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접근성 보완 회차 준비를 위해 공연진들이 회의 중이다. 사진 = 공연제작소 작작

Q.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조 작·연출: 우리 셋 외에도 조연출 2명, 기획 매니저까지 총 6명이 가장 일을 많이 하고 가장 붙어 다닌다. 6명이 같이 있으면 일이 많고 힘들어도 즐겁게 할 수 있었다. 한 번은 연습이 끝나고, 나는 다음날 사용할 보면대를 가지러 조연출들과 함께 차로 이동했다. 당시 앞서 말한 6명 중 기획 매니저, 홍 PD, 김 작곡가는 같이 갈 계획이 아니었다. 그런데 가는 길에 전화가 왔다. 끝나고 뭐 먹을 거냐고 묻더라.(웃음) 그래서 "뭐, 맛있는 거 먹겠지?" 라고 답했더니 우리도 가서 보면대 옮기면 밥 사주는 거냐고 물어봤다. 심지어 도착했더니 이미 세 사람이 먼저 근처 카페에 있었다. 보면대는 10개인데 옮기는 사람은 6명이고. 거의 다 옮겼는데 하나씩 들고 오길래 보면대 하나에 고기 한 점이니 한 점씩만 먹으라고 말했다. (웃음) 그만큼 6명이 모여 있는 걸 되게 좋아했다. 같이 모여서 일도 하고, 술도 먹고, 가내수공업처럼 MD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김 작곡가: 인상 깊던 순간은 많다. 예를 들면 처음 음악 연습을 했을 때 화음이 잘 맞아떨어지던 때가 그렇다. 근데 가장 마음에 남는 건 정신의학과 교수가 와서 런(공연 직전 전체를 연습하는 것)을 보던 때다. 굉장히 떨렸고, 혹시 잘못 다룬 점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도 됐다. 그런데 칭찬을 들었다. 칭찬이어서 좋기도 했지만 내심 안심도 됐다. 인정받는 것 같았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홍 PD: 셋업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셋업 때는 좋으면서도 긴장되다 보니 각성 상태다. '키키'는 공연 첫 주를 지나며 티켓 판매가 늘었다. 그러다보니 잘 될 거라는 마음, 잘 되게 하겠다는 의지와 모든 게 내 착각이라면 어떡하나, 싶은 걱정이 같이 들었다.

개막 전 정신의학과 교수와 경계성 인격장애에 대해 1시간 동안 통화하기도 했었다. 내심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실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싶었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다루면 좋겠냐고 물어봤는데, 말해준 것들이 다 이미 우리 작품에 있었다. 그때 안도감을 느꼈다.

조 작·연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하나도 걱정하지 않았다. 내 성격에 걱정했다면 하지 못했을 거다. 얼마 전 성격검사를 했는데 겸손함이 약간 부족하고 이상한 데서 자신감이 넘치더라.(웃음) 그런데 그게 작가가 될 때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작품에 있어 자기 검열이 심한 작가였다면 쉽지 않았을 거다.

김 작곡가: 조 작·연출은 어떨 땐 치열하게 검열하는데 좀 해도 될 것 같을 때 안 하더라.(웃음)

조 작·연출: 나름 하는 거다.(웃음) 물론 개막한 주에 정신의학과 교수들이 단체 관람했을 때는 갑자기 긴장되더라. 그렇지만 많이 고민하고 썼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다.

Q. 공연제작소 작작의 다음 계획은?

조 작·연출: (공연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음 계획을 이야기 할 여력은 아직 없다. 그렇지만 현재 개발 중인 대본이 두 개 정도 있어, 여력이 생긴다면 고민해보려 한다.

Q. 그렇다면 개인적인 목표가 있나?

김 작곡가: 당면한 과제가 하나 있다. 공연 때문에 미뤄온 건데, 이번 주까지 해야 할 것 같다. 이모가 다니는 절의 스님이 절 주제가를 만들었고, 그걸 수정·보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렇게만 끝내면 좀 그런가. 나는 다양한 음악을 하려 한다. 절 음악을 생각한 건 전혀 아니었지만.(웃음) 같이 하는 작품이든, 대중음악 쪽이든 좋은 음악을 만들어 보려 한다.

조 작·연출: 지금 아무것도 안 하는 걸 하고 있다. 그런데 하루 했는데 뭘 해야 할 것 같고 약간 불안하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지는 않는데, 아무것도 안 해보고 싶다.

홍 PD: 나도 계속 쉬지 않고 일했던 듯하고, 3월까지 다른 일이 있어 그걸 끝내고 여행도 가며 다음을 준비할 예정이다. 내가 어떤 걸 하고 싶은지 돌아보려 한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인사 남겨달라.

김 작곡가: 오늘 인터뷰하며 공연하느라 바빠서 못 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정리한 기분도 든다. 회의 시간이 줄어들겠다.(웃음) 사랑과 응원을 준 관객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홍 PD: 이 짧은 기간에 이 낯선 소재, 이 먼 공연장, 을지로 한복판에 있고 차도 엄청 막히는 그곳까지 와준 관객들이 있다. 정말 좋은 후기를 나눠준 사람들도 있다. 그분들에게 감사하다. '키키'는 아르코에서 제작비 일부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공간 지원을 받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자신 있게, 많은 것들을 고려하며 작품을 섬세하게 만들기 어려웠겠다 생각한다.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창작자들에게 지원 사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더 잘하려 노력한다. 좋은 사례가 되고 싶고, 관계자들도 우리를 보며 이렇게 새로운 작품과 열심히 하는 팀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조 작·연출: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아오는 게 어려운 일이란 걸 안다. 우리도 공연장 찾아가기 진짜 어렵다. 찾아주고, 객석을 가득 메워줘서 정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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