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단체 포스터. 사진 = 공연제작소 작작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단체 포스터. 사진 = 공연제작소 작작

공연제작소 작작은 뮤지컬 '실비아, 살다'(2022 초연, 2023 재연),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2024, 이하 키키) 등을 선보였다. 연극·뮤지컬에 관심 있는 관객들에게는 '술 탄 물 챌린지', '공연 접근성 회차' 등으로 접해봤을 수도 있다.

'실비아, 살다'는 미국 시인 실비아 플라스(1932~1963)의 생애와 창작에 대한 갈망, 자살 강박을 다뤘다. '키키'는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키키가 스스로를 이해하고, 주변인들과 이해의 거리를 좁히는 과정을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소개한다.

실비아 플라스는 촉망받던 시인이었으나 어릴 적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자살 충동을 느꼈다. 그는 창작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 '여류' 시인으로 치부하는 사회 분위기, 남편 테드 휴즈의 외도 등에 고통받다 31세의 나이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키키는 '마음의 피부가 벗겨진' 듯한 고통을 앓는 경계선 인격장애 환자로, 상처받을 때마다 자살과 자해 충동에 시달린다.

그러나 키키와 실비아는 상처받으면서도 삶을 원하고 고통을 견디려 노력한다. 실비아는 '10년마다 한 번씩 치러야 하는 빚'이자 '나로 살게 하는 확인'으로 죽음을 택할 뿐이다. 키키는 자해 충동을 느낄 때 면도칼 대신 '얼음'을 쥐었다.

지난 2월 29일, 인터뷰를 위해 공연제작소 작작의 조윤지 작·연출, 김승민 작곡가, 홍지원 PD가 모였다. 세 사람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지난 작품 <실비아, 살다>에 이어 이번 작품도 쉽지 않은 주제다. 

조 작·연출: 일부러 무거운 소재를 고른 건 아니다. 작가인 나로부터 시작됐으니 말하자면, 내가 진짜로 하고 싶거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서 하다 보니 그렇게 된 듯하다. 나는 글을 쓸 때 내 얘기로부터 시작하는 편이다. 물론 고민을 많이 하기는 했다. '실비아, 살다'는 자살과 관련됐고, '키키'도 인격장애를 가진 인물이 주인공이라 어떻게 풀어낼지 생각하게 되더라. 게다가 '실비아, 살다' 쇼케이스부터 초·재연, '키키'를 공연하기까지 거의 3~4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래서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공연의 평이나 흥행 모두 나쁘지 않았다. 우리 모두 고생했지 싶었다.

김 작곡가: 우리는 무거운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데 많이 생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하다 보니 고민이 많았다. ('실비아, 살다' 이후) 그런 느낌에서 조금 해방되고 싶기도 했었다. 하지만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어했다.(웃음) 결과적으로 과정은 힘들어도 다양한 차원에서 보람도 많이 느끼고, 재미있었다.

홍 PD: 나는 '키키'가 가볍고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물론 무거운 지점이 있지만, 재미있게 잘 풀어줄 연출과 멋있는 음악으로 승화해줄 작곡가가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두 작품 모두 현대인들이 겪고 있지만 쉽게 말하지 못하는 문제를 다룬다. 유쾌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풀어내려 노력했는데, 후기를 보니 가벼운 부분은 가볍게, 무거운 부분은 무겁게 받아들여준 관객들이 있었던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Q. '키키'는 '실비아, 살다'의 멀티맨(1인 다역) 활용을 극대화한 느낌이다. '키키'는 어떤 점을 중점으로 작업했나?

조 작·연출: 멀티맨은 공연에 반드시 필요하다. 영화나 매체와 달리 공연은 동원할 수 있는 배우 수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멀티맨을 잘 활용하면 공연의 재미를 더할 수 있어 좋아한다. 물론 형식적인 재미를 넘어 공연의 컨셉이나 의미와도 연결지으려 한다. '실비아, 살다'의 멀티맨들은 코러스 같은 역할을 해줬으면 했다. 멀티맨은 무대 위에서 웃긴 장면, 슬픈 장면에 구애받지 않는다. 때로는 등장인물에 공감하고, 어떨 땐 비웃었다. 관객들도 이처럼 장면과 중심인물의 감정이라는 강요 없이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랐다. 반면 '키키'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를 키워드로 삼았고, '이상하다', '낯설다'는 판단 자체를 흐리게 하고 싶었다.

'키키'는 토크콘서트 형식을 차용했고, 주인공 키키는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다. 주인공 본인도 스스로가 낯설거나 이상할 수 있고, 관객들도 그렇다. 그래서 때로는 수상하고, 더 낯설게 보일 수 있는 호스트(멀티맨)들로 '이상함'의 경계를 흐트러트리고자 했다.

젠더 프리(배역의 성별을 고정하지 않는 캐스팅 방식)를 도입한 것도 그런 의도의 일환이다. 관객들이 '이 사람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부차적 판단이 줄어들 거라 생각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는 라쿤, 외계인, 지구인 등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그 영화 속 인물들처럼 키키는 독특한 사람이다. 키키는 단지 우주선을 타고 여행하던 중 공연장에 착륙했고, 사람들을 만났을 뿐이다.

Q. 두 작품 모두 소리가 쌓이거나 겹치고, 다양한 효과를 활용한다. 가장 좋아하는 넘버나 작곡하면서 가장 느낌이 잘 표현된 넘버가 있나?

김 작곡가: '키키' 넘버는 호스트들의 코러스 활용에 집중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사용된 건 '키키'가 토크콘서트 형식이고, 인물들의 개성도 폭이 넓으니 그런 느낌을 살리면 좋겠다고 여긴 거다. 코러스들이 노래를 통해 에너지를 따듯이 쌓아주길 바랐다. 특히 아카펠라, 화음처럼 소리가 쌓이는 부분 등에서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고민했었다. 의도가 잘 반영된 듯한 곡을 꼽자면 '구세주가 씨가 말랐나봐',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정당성을 인정한다'다. '정당성을 인정한다'는 이야기가 충분히 잘 쌓여 전해지는 감동도 있지만, 그 장면에서 함께 노래하는 인물들에게 온전히 인정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가장 좋아한다.

Q. 홍 PD는 기획자로서 '키키'는 '주제가 무겁고, 소재가 낯설고, 쉽지 않은 시도'라는 3중 과제였을 수도 있겠다.

홍 PD: 내가 처음 합류할 당시 초연이 좋은 평을 받았고, 바로 재연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실비아, 살다' 때에는 기획적 부분보다 홍보·마케팅적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넘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했다. 반면 '키키'는 쇼케이스를 비롯해 처음부터 참여해 기획적으로 설득하고 제안할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많았다. 사실, 조 작·연출과 김 작곡가는 창작자인 동시에 제작사 대표이고, 내가 제안한 것 중에는 불편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다행히 두 분이 잘 믿어주고, 막 던져도 많이 받아주더라.

작품적으로는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옛날부터 인격장애나 정신 질환 관련 작품을 하고 싶어했다. 현대인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동시대적 이야기에 대한 욕망이 있었고, '키키'가 그런 작품이었다. 그래서 초반에 대본도 나오지 않았는데 주변에 '잘 될 자신 있다', '이거 가지고 해외까지 갈 자신도 있다' 말하고, 낭독 공연도 초대하고 그랬다. 

근데 막상 본격적으로 준비하니 약간 겁나더라. 우리는 어쨌든 유명한 제작사도 아니고, '실비아, 살다' 외에는 경험이나 인지도가 없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지원을 받긴 했지만 초연 창작, 그것도 낯선 소재를 낯선 방식으로 올리는 거잖나. 잘 될 거라 확신하는 한편, 철저히 외면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래도 '키키'를 키키답게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남들은 잘 하지 않더라도 키키다운 선택들이 뭘지 많이 생각했다. 대중적인 접근을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소재를 숨기지 않고서도 친근하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했다.

접근성 보완 회차 등도 그래서 가능했고, '키키'같은 작품에서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키키'는 장애를 다루는 극이다. 정신장애던, 신체장애던 우리가 모두 가질 수 있거나 가지고 있는 것이다. 최대한 문턱을 낮추고 싶었던 욕심이 있다. 배우들, 스태프들과도 소통을 많이 하려 노력했다. 특히 스태프는 우리와 잘 맞고 작품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로 구성하려고 노력했다. 그게 ‘키키’의 분위기에 잘 맞을 거라 여겼다. 그들의 협조가 없으면 우리가 좋은 기획을 가지고 있어도 진행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기술자가 아닌, 작품을 사랑하는 스태프들을 모으려고 했다.

작품은 자신감 있었고, 주변에도 굉장히 많이 연락했다. 다행히 아르코 지원작이기도 했고, 특이한 소재라 공연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소문을 냈다. 물론 인격장애를 다루고 있고, 우리가 잘못 이야기할 수도 있어 떨리기도 했다. 그 점은 연습 때부터 정신의학계의 저명한 분들에게 연락을 취해 확인받으려 했다. 한 분이 와서 연습 때부터 좋게 평가해주고, 정신의학 쪽에도 홍보해 정신의학과 교수나 관련자들이 많이 보고 가주더라.

공연 기간이 짧았지만 작품을 꽤 많이 알린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실비아, 살다' 초연 때는 한 회차에 8장이 팔릴 때도 있었는데, '키키'는 표가 다 팔려서 모니터할 좌석이 없더라. 감개무량했다.

뮤지컬 '실비아, 살다' 공연 사진. 사진 = 공연제작소 작작
뮤지컬 '실비아, 살다' 공연 사진. 사진 = 공연제작소 작작

Q. '실비아, 살다'와 '키키'는 모두 사회적 메시지가 강렬하다. 예술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할 때 어떤 장점이 있을까?

조 작·연출: 내 생각에 나는 '인정'에 집착하는 것 같다. '실비아, 살다'와 '키키'를 관통하는 주제가 인정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도 '실비아, 살다'를 같이 했던 배우가 '키키'를 보고 난 뒤 장난으로 "인정할게요"라고 말하더라.(웃음)

나는 나에 대해 사람들이 계속 내 생각과 다르게 이야기할 때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예를 들어 키키는 경계성 인격장애가 있는데,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가족이 그 사실을 부정하고 "잠깐 우울증 온 거다, 이겨낼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럴 때 더 큰 상처를 받고 관계가 단절된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을 때 관계를 포기하거나, 상대와 벽이 생긴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오해나 억울한 상황을 정말 싫어했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 어떤 억울한 일이 생기면 견딜 수가 없더라. 그런데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고, 들어주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직접적이니까. 그렇지만 드라마는 강요 없이 자연스럽게 다른 입장도 생각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드라마는 역할을 바꾸어 공감하고, 느껴보며 전달된다.

나는 메시지라는 말도 좋아하지 않는다. 관객으로서 어떤 공연을 볼 때 연출과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가 너무 공격적이거나 교시적이라 느껴지면 마음이 떠난다. 그래서 내 작품에도 형식적이던, 디렉팅이던 그런 면이 보이지 않도록 공을 많이 들인다. 예술은 분야를 떠나 하고 싶은 이야기, 단순한 느낌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한다. 간접적이지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게 예술의 큰 장점이자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

김 작곡가: 나도 비슷하다. 예술을 감상할 때, 선전이나 프로파간다 형식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어떤 작품은 시혜적이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 것들이 불편하다. 그런데 그렇게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게 예술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이론이나 감각적으로 많이 훈련하고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시적 표현 없이) 표현을 충실히 하겠다 마음먹으면 (감상자는) 그걸 보며 느낄 거다. 예술은 어렵지만, 조화가 잘 되고 관객과 창작자의 마음이 잘 통할 때 사회적 역할을 하기 좋은 매개체가 될 거다.

홍 PD: 나는 공연장에 들어갔다 나왔을 때 인생이 바뀌었다고 느껴지면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새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내가 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게 되거나 새로운 시각이 열리고, 모르던 걸 이해하는 순간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 '실비아, 살다'나 '키키'를 본 관객들이 몰랐던 자신을 알게 되고, 누군가를 이해하게 됐다는 후기를 많이 남겼다. 그래서 우리가 말하려 한 주제, 에너지, 한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잘 작용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Q. '접근성 보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수어 통역, 시각장애인을 위한 터치 투어도 그렇지만 광과민성까지 고려한 '릴렉스드 퍼포먼스'를 도입한 공연은 흔치 않다.

홍 PD: 전적으로 기획자가 창작자들과 같이 제작해 가능했다. 내가 이미 모든 팀이 다 꾸려져 있는 곳에 고용된 기획자였다면 설득할 수 있어도 자신 있게 하지는 못했을 거다. 나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일하고 싶지만 생각보다 어렵고, 소심해지는 순간이 많다. 예시로, 연출적으로 뭔가를 건드리겠다는 말은 자칫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오히려 내가 원한 것보다 더 많이 반영하고, 주변을 설득해줬다. 디자이너나 음향·조명 팀도 불편할 수 있는데 잘 들어주더라.

사실 디자이너들은 셋업(공연 시연 직전 무대 설치 및 준비)과 첫 주 이후로는 안 와도 된다. 근데 우리 공연 때는 4주 중 3주까지 계속 나왔다. 모두가 작품을 잘 만들겠다는 일념이 있었고, 하기로 결정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다.

접근성을 보완한들 비장애인이 느낄 불편함은 거의 없다. 단지 낯설 뿐이다. 그런데 비장애인들이 조금이라도 불편할까봐 포기할 거라면 하지 말자 싶었다. 우리는 충분히 공지했고, 여전히 많이 부족하지만 장애인이 와서 최대한 많은 걸 받아가고, 비장애인과 똑같을 수는 없어도 최대한 이 공연을 즐길 수 있게끔 하려 했다. 공연 제작을 위해 모인 모두가 그랬다.

Q. 신경 쓸 것도 많고, 낯설기도 했겠다.

홍 PD: 우리가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할 만큼 신경 쓸 게 많았다. 수어 통역 배치를 예로 들면, 처음에 배우가 6명이고 동시에 대사하는 인원은 노래를 제외하면 최대 2명이니 (한 공연 당) 통역사가 2명이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수화는 말과 달라서 통역의 속도 차이도 크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외국어 동시통역과 달리 절대 2명이 할 수 없었다. 다행히 한국수어통역사협회에서 도와준 덕에 4명의 통역사가 왔지만 뉴스와 달리 예술 작품이고 함축적인 부분이 많아 통역 전 사전 공부나 연습이 필요했다.

또 다른 일도 있었다. 키키를 도맡아 통역하는 통역사 한 명을 '키키 담당'이라고 시각적으로 표시하고 싶었다. 그런데 수어 통역사가 항상 검은 옷을 입는 건 손 색깔과 대비돼 수어가 더 잘 보이게 하려는 거라, 옷이나 장신구 등 수화가 보이는 부분에 튀는 게 있으면 안 된다더라.

조 작·연출: 장애별로 나누어 회차를 배분한 게 신의 한 수였다. 우리는 전문가인 접근성 매니저를 따로 두고 함께 논의하며 준비했다. 현실적인 걸 이야기하자면, 예산을 지원받았고 홍 PD의 제안과 더불어 극장 구조가 맞아떨어져서 가능했다. 대학로에는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극장이 많지 않다.

연출가로서는 기존 공연과 접근성 보완까지 여러 버전을 준비해야 했다. 배우들도 쉬어야 할 시간에 나와서 계속 합을 맞추고, 조연출도 함께 나와 확인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회차에는 개방형 음성해설을 도입했고, 릴렉스드 퍼포먼스 회차는 음향과 조명을 조절했는데, 스태프들이 여기저기 앉아 소리를 들으며 했다. 사실은 너무 힘들었다. 모두가 힘들었을 거다.(웃음) 그래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주 중요한 일이고, 힘들어도 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Q. 사건사고는 없었나.

조 작·연출: 개방형 음성해설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 2회차 중 첫 공연 때는 좀 자막 위주로, 행동 지문은 중요한 것만 읽는 등 소극적으로 했었다. 그런데 눈을 감고 공연을 보니 너무 빼먹은 게 많더라. 원래 1회차 음성해설 대본은 키키가 얼음을 잡는다는 행동 지문이 없었다. 그래서 1회차 공연 중간에 무대 뒤쪽으로 가 조연출에게 지문을 보여주며 추가로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2회차는 1회차 이후 꽤 많이 대본 내용을 추가했다. 배우들이 신경 쓰였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약속된 호흡이 있는데 갑작스럽게 추가했으니까. 다들 협조해줘서 고마웠고, 준비할 때 걱정한 것과 달리 생각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관람했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김 작곡가: 다들 접근성 보완 공연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마음과 용기면 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진행하며 많은 걸 깨달았다.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컨텐츠를 느끼는 방법이 다 다르고, 여러 감각을 활용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했다. 배우기도 많이 배웠고,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조 작·연출: 관객 중 비장애인이 훨씬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했다. 장애인을 위한 회차지만 비장애인 관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선을 조절하기가 어려웠다.

홍 PD: 우리도 많이 부족했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그래서 오히려 이번 공연을 통해 이 모든 걸 고려하는 동시에 비장애인 관객까지 생각하는 공연을 만들기는 정말 어렵겠구나, 싶었다. 자신감이 생기기보다 앞으로 계속 잘할 수 있을지 질문하게 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도가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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