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단한 트렌드는 아니어도 연말연초엔 다수의 인물이 등장하는 옴니버스 스타일의 영화를 보는 경향이 있다. 거기서 주어지는 행복감은 충분히 취할 만한 대상이다. <도그데이즈>는 정확히 말해 옴니버스 장르의 영화로 볼 수 없지만, 앞서 나온 <새해전야> 같은 영화와 비슷한 기획 의도 아래 만들어진 작품이다. 배우진도 화려해 윤여정, 유해진 등 관록 넘치는 배우부터 신진 세력까지 두루 규합해 놓았다. 좋아하는 배우들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아쉬운 엔딩 앞으로 도착하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관객이 깊이 있는 드라마나 코미디를 추구하지 않더라도, 기실 이런 장르의 영화가 그렇게 만만한 건 아니다. 인물이 많고 다양한 만큼 자칫 어수선해질 수 있으며, 인물 사이로 설렁설렁 넘어갔다가는 얄팍한 잡담에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개와 여러 사정으로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인 <도그데이즈>는 기본적인 완성도는 갖춘 작품이다. 대체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내용인 가운데, 몇몇 장면에서는 코끝이 시큰해지는 분위기도 엮어낸다. 설 연휴에 기분 좋게 감상하기에 적합한 영화라 하겠다.
근래 한국영화에서 고양이는 주로 다큐멘터리 쪽에 등장하고, 개는 극영화에 많이 선보이는 편이다. <도그데이즈>는 그런 극영화의 계보에 추가될 한 편의 영화다. 제목에서 보듯 개가 중요한 역할을 맡기에, 견공들을 보는 맛이 배우들의 그것에 못지않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프랑스영화 <추락의 해부>에 등장하는 '메시'라는 이름의 개는 칸영화제에서 '팜도그상', 그러니까 '개종려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그 정도는 아닐지 몰라도 <도그데이즈>의 주인공 개들도 귀여움에 있어 '메시'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극중 웃음과 눈물은 거의 다 그 견공들의 몫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 '도그데이'는 이상하게 부정적인 의미로 익숙한 단어인데, 훈훈한 영화 <도그데이즈>는 그런 선입견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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