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을 앞둔 가운데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한다.
금융권은 이번에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거라고 내다봤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업계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8%는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답했다.
물가 동결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물가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기준금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수 있도록 긴축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적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3.6%로 하반기 내내 3%대를 유지했으나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낮아졌다.
이달 기준금리 전망에 답한 채권 전문가 중 2%는 25bp 하락을 예상했다. 동결과 마찬가지로 올해 중 금리 인하가 이뤄지리란 기대가 커지는 이유도 물가다.
한국은행은 올해 4분기에는 목표 수준인 2%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 총 물가상승률은 2.6%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하반기에나 2%대 진입이 가능하리라 여겨지는 탓에 금리 인하는 상반기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신년사에서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에 필요한 최적의 정교한 정책 조합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그간 가계부채 금융 현안을 위해 기준금리를 조정해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물가안정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입장을 고수한 만큼 하반기 물가가 잡힌다면 금리도 내려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1분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다"며 "1월 금통위에서 한은은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미온적 반응을 보일 공산이 크지만 향후 6개월 이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하반기 금리 인하 여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이 끝나간다는 점도 기대를 높인다. 3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현재 기준금리가 고점이거나 부근에 도달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공개된 점도표에서도 연준 위원들은 내년 세 번의 금리 인하 예상과 함께 최종 금리 전망치를 5.1%에서 4.6%까지 낮춰 잡았다. 정책 경로에 따라 다르지만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 목표 범위가 낮아지는 게 적절하다는 전망이다.
의사록에서 정확한 금리 인하 시기가 언급되지 않았고 정책 경로에 따라 다르다는 경우를 추가한 만큼 연준 역시 즉각 피벗(pivot·통화전환)에 돌입하진 않으리란 해석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 둔화 기조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여파 등의 확인이 필요하지만 오는 6월 Fed(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이후 7월에 한은의 금리 인하 단행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