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경제체제의 우월성.'

짧지 않은 정훈장교로 군 복무 중 장병들 정신전력교육 시간에 항상 강조한 내용이다.

요약해 보면 우리나라는 북한과 비교해 국가가 통제하지 않는 자유 시장경제를 택했다. 그 결과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었다. 반면에 북한은 국가의 통제 속 경제난을 거듭했고 우리나라와 격차가 커졌다.

물론 시장경제에서도 국가의 규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전역을 한 지 1년 정도 지난 올해 제2금융권 특히 보험업권을 바라보자니 규제가 아닌 국가가 나서서 통제하는 모습을 발견한 듯하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IFRS17이었다. IFRS17이라 불리는 새 회계제도는 적용까지 많은 시간이 있었음에도 금융당국은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또한 7월부터 제2금융권에 불어온 바람에 보험업계가 반응하지 않자 지난 11월 16일에 이어 한 달여 만인 12월 6일에도 금융당국은 보험업계 수장을 다 불러 모았다.

간담회라는 이름이 붙은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 두 명의 수장은 "보험사 계약자를 위한 배려 필요하다"면서 "서민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보험사들이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면 보험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더욱 두터워질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보험사 수장들에게 이익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아울러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국회까지 나서서 "올해 3분기까지 자동차 보험 영업이익이 지난해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며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부탁드리겠다"고 자동차 보험 인하를 요구했다.

이 모습은 흡사 군 정신전력교육 시간에 수없이 말했던 계획경제와 비슷하다.

물론 시장경제체제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실제로 잘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업계가 자기 혼자만 이익을 움켜쥐고 나누려 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나서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보험업계가 수익을 나누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손해보험업계는 서민경제가 어려울 때 마다 자동차 보험료 인하를 했다. 생명보험업계는 작년에만 106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금을 기부했다.

보험사가 상품을 출시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통제하며 이익까지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게 맞는 방식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이 생긴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건 매서운 바람이 아닌 따뜻한 햇살이라는 말이 있다.

서민 경제가 어렵다며 보험업계의 이익을 벗겨내려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보다는 보험사가 스스로 이익을 공유할 수 있게 따뜻한 정책 발표하는 게 진정한 상생금융을 대하는 금융당국의 자세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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