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0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박모씨 등 87명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의 원심을 확정했다.
1974년 말 처음 도입된 전기요금 누진제는 전력 사용량이 많을수록 요금이 비싸지는 제도로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된다. 12단계였던 누진 구간은 조정을 거쳐 지난 2016년부터 3단계로 재편됐고 최고구간과 최저구간의 누진 비율은 3배로 운영 중이다.
그간 누진제는 국내 전기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에는 적용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계속 제기돼 왔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4년 박씨 등이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이득이라며 한전을 상대로 반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 조항'은 공정성을 잃었으니 무효라는 약관법 6조가 주된 근거다.
1심과 2심은 '한정된 필수공공재'인 전기의 절약 유도와 적절한 자원 배분 등 사회 정책적 목적상 누진제가 필요하고 판단해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원고 패소를 최종 확정했다.
대법원은 "누진제 약관의 정당성을 따지려면 일반적인 계약에 적용되는 약관법 6조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만 주택용 전력 소비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돼 일상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공익적 성격도 있는 전기요금의 특수성 역시 함께 따져야 한다"며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어 "전기요금 약관이 전기사업법과 정부의 감독·통제를 받고 약관 작성·인가 과정에는 전기위원회나 전문위원회 등 소비자 의견이 반영될 길도 열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기 판매 사업자(한국전력)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해 고객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 기대를 침해할 정도로 약관 내용을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누진제는 전기 사용자 간에 부담의 형평이 유지되는 가운데 전기의 합리적 배분을 위해 필요해 도입된 경우에 해당하여 약관법이 정한 ‘고객에게 부당하기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대법원의 최종 판단으로 남은 누진제 관련 사건들의 결론도 사실상 원고 패소가 될 전망이다.
한편 현재까지 누진제 관련 소송은 총 14건으로 이중 대법원에 올라간 사건은 모두 7건이다. 다른 사건의 하급심에서도 원고 패소 판단이 이어졌고 유일하게 인천지법이 1심에서 승소 판결을 했지만 2심에서 뒤집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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