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손자가 집에 있어 난방을 줄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가스요금 때문에 진짜 환장할 노릇입니다. 이번 달도 폭탄 요금을 맞았는데 지원은 눈꼽만치도 없어 더 화가나네요.”
17일 오전 서울 망원시장에서 만난 70대 박모씨는 가스요금 때문에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
그는 “노인과 영유아 가정은 정부에서 에너지바우처로 가스비 지원을 해준다는 소식에 신청해 봤는데 소득이 있어 대상이 아니란 답변을 들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면 안된다고 하더라. 부자들 빼면 다 서민 아니냐, 기초생활수급자만 서민이냐”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가스비 폭탄으로 서민들 시름은 깊어만 간다. 작년 이맘때보다 40% 가까이 올라 버린 가스비에 시장 상인들도 울상이다.
망원시장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50대 최모씨는 “불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스비가 제일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얼마 전 설 대목을 지나며 이제 좀 살겠다 했다. 그런데 가스비 인상에 부침 가격을 올리는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 그 가격에 손님이 올까 하는 걱정에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수제비를 팔고 있는 50대 정모씨도 “영업시간 내내 가스불을 켜놔야 하는데 가스비 부담이 많이 된다”며 “코로나때는 장사가 안돼서 걱정, 이제 좀 된다 싶으니 가스비로 또 걱정”이라고 했다.
두 달 연속 이어지는 가스요금 폭탄 고지서와 버스·지하철 등 공공요금 인상 소식에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당분간 공공요금을 동결하겠다며 부랴부랴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요금을 최대한 상반기까지는 동결기조로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대중 교통 요금 등 공공요금의 줄인상이 예고돼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난방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교통 등 공공요금 인상 계획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도로·철도·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최대한 상반기 동결 기조로 운영하겠다”고 말한바 있다.
윤 대통령의 공공요금 인상 상반기 동결에 서울시는 대중교통 인상 시기를 하반기로 조정하며 서민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위한 행정 절차는 애초 계획대로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물가대책위원회를 3월에서 4월로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앞서 서울시는 상반기 중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인상 계획에 따르면 버스와 지하철의 기본요금이 300원에서 400원으로 인상되는데, 300원으로 결정된다 해도 지하철을 한달 60회 이용한다는 가정하에 인상 전 7만5000원에서 인상 후 9만3000원으로 매달 1만8000원, 24%가 늘어난다.
여기에 추가로 지금까지 균일요금제로 운영되던 버스요금을 이용 거리만큼 추가로 요금이 부과되는 ‘거리비례 운임제’도 도입될 예정이다.
거리비례 운임제가 적용되면 간·지선 버스는 이용거리가 10㎞를 넘을 경우 10~30㎞ 구간은 5㎞마다 150원, 30㎞ 초과 시에는 여기에 150원 더 추가되며 광역과 심야버스의 경우 30~60㎞는 5㎞마다 각각 150원(광역), 140원(심야)의 추가 요금이 붙고 60㎞가 넘어가면 간·지선 버스와 동일하게 150원이 추가로 부과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2015년 이후 8년간의 동결로 재정난이 가중된 상황이라 인상은 불가피 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무임승차 손실분을 보전해 준다면 인상폭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일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획재정부가 도와주면 200원 인상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공익 무임수송 제도’를 만든 중앙정부가 해당 적자를 책임져 줘야 한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