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 은행권에 희망퇴직 칼바람이 시작됐다. 디지털 전환으로 비대면 업무가 늘어난 영향이다. 역대급 이자장사로 희망퇴직 조건을 높이면서 직원들의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고 있다는 분위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2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았다. 퇴직 보상규모는 월평균 임금의 최소 20개월, 최대 39개월 치다. 최대 28개월 치까지 보상해줬던 전년과 비교하면 보상 규모가 크게 늘었다. 희망퇴직 연령도 만 40세 직원부터다. 

매해 연말 희망퇴직을 실시해온 농협은행의 지난해 희망퇴직자는 총 452명이다. 희망퇴직자 규모는 2020년(496명)부터 2년 연속 400명대를 기록했다. 

나머지 은행도 내달부터 연초까지 연달아 희망퇴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희망퇴직으로 총 1871명을 내보낸 바 있다. 

은행들의 희망퇴직 바람은 금융 환경 변화가 가장 크다.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에 따라 영업점과 인력을 축소하고 비대면 업무를 확대하면서 실제 필요 인력이 줄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중은행 임직원 수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4대 시중은행 총 임직원 수는 5만708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11명이 감소했다. 

오프라인 영업점도 계속 줄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이후 올해 8월까지 최근 5년간 국내은행 점포 1000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 

다만, 업계는 자발적 퇴직 수요자도 늘어났다는 반응이다. 은행권은 올해 3분기까지 40조원이 넘는 이자이익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희망퇴직 조건이 좋아지면서 행원들 사이에서 인생 2막을 모색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대규모 신규 채용을 한만큼 인건비를 맞추기 위해 희망퇴직 규모가 작진 않을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으로 IT 업무를 담당할 인재를 선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희망퇴직 조건이 과거보다 좋아지고 연령대도 확대돼 희망퇴직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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