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직원이 대표이사와 부사장에게 메일을 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MZ세대 직원이 대표이사와 부사장에게 직접 성과급 관련 불만을 토해낸 것이다. 해당 사실은 현대차와 기아 직원들에 의해 직장인 익명게시판(블라인드)로 퍼지며 이슈가 크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7년차 직원이 장재훈 사장과 이동석 부사장에게 메일 보내...블라인드서 급속히 확산


현대차 직원이 장재훈 사장과 이동석 부사장에게 보낸 성과급 관련 항의 메일.(출처: 블라인드)
현대차 직원이 장재훈 사장과 이동석 부사장에게 보낸 성과급 관련 항의 메일.(출처: 블라인드)

9일과 10일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을 종합해보면 현대차 7년차로 추정되는 한 직원은 지난 3일 현대차 장재훈 사장, 이동석 부사장, 안현호 기술주임(노조위원장) 등 3명에게 "해명 좀 해주세요"란 제목의 메일을 보냈다. 

그는 "올해 실적이 잘 나오면 내년에 반영한다고 하고, 올해 실적이 잘 안나오거나 우려스런 상황이 있으면 올해 반영한다고 하고 매년 왜 말이 바뀌는지 해명 좀 해달라"고 적었다. 

이 연구원은 또 "작년에도 반도체 수급 문제 등 '우려'로 어필하더니 역대급 실적이 나왔는데 책임은 누가 지나요?"라며 "취업사기 당하고 7년차인데 매년 사기만 당하네요"라며 감정적인 표현도 여과없이 넣었다. 

이동석 현대차 부사장의 답변 메일. (출처: 블라인드 캡쳐)
이동석 현대차 부사장의 답변 메일. (출처: 블라인드 캡쳐)

그러자 이동석 현대차 부사장은 지난 7일 직접 해당 직원에게 답장을 보냈다. 

이 부사장은 "보내주신 메일은 잘 읽어봤다. 답변을 요청하신 내용은 메일로 드리는 것 보다는 상세한 내용을 남양연구소 연구개발지원실(실장 방삼열 상무)에서 직접 매니저님을 만나 설명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조속히 조치토록 지시했다"고 적었다. 

해당 사실은 블라인드에 옮겨지며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기아 직원은 "최대 실적임에도 매번 말 바꾸며 성과급 주지 않는 저희 회사 이슈화 좀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이번 메일 사건을 소개했다. 그는 "매번 성과급 지급에 대한 기준도 없이 회사가 어렵다며 직원들의 성과급과 급여는 최저 수준으로 주고, 어렵다는 회사에 주장과는 반대로 임원과 회장은 성과급과 급여 파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또 다른 직원은 '현대차 임원의 MZ세대 다루는 법'이란 제목의 글에서 "이 부사장님이 본부 내 인사실장이 만나러 가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는데 이 자리에서 과연 어떤 건설적인 대화가 오갔는지 궁금하다"라고 썼다. 또 "2021년 장재훈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올해에는 성과관련 명확한 방향을 만들겠다고 했었는데 그 분은 아주 조용하시네요. 취업사기라고 외치는 이 분의 말이 전 이해가 됩니다"라고 했다. 

이런 블라인드 글은 수천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며 화제가 되고 있다. "근데 연구원이 메일을 대표이사랑 부사장한테 저렇게 쓴거야? 깡이 엄청나네", "형네 직원들 멋지다", "조직문화가 이래야 변화가 온다!", "멋있다", "사장한테 메일 보내는데 저렇게 보낼 수도 있구나", "노조보다 저 형이 훨 낫다", "만나서 뭔소리 할까? 정신교육 시킬 듯" 등 대부분 작성자를 응원하고 우려하는 댓글들로 도배가 되고 있다. 


현대차 젊은 직원들이 퍼나르며 공론화 노력...사원·대리급 급여와 성과급 불만 커져


MZ세대로 대변되는 현대차 젊은 직원이 대표이사에게 메일을 보내 항의하고, 다른 직원들이 이런 사실을 공론화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현대차와 기아 사원, 대리급 직원들을 중심으로 급여나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차 임직원 평균연봉은 지난 2020년 8800만원에서 2021년 9600만원으로 9% 증가했다. 

하지만 책임급 이상 직원들과 임원의 연봉이 높아졌을 뿐이고 사원, 대리급 연봉은 증가세가 미미하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낮은 기본급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젊은 직원들은 지난해 사상최대 영업이익(현대차 6조6789억원, 전년비 178.9% 증가)을 거두고도 임금인상은 기대에 현저히 못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작년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가 전체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직원과 회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성과금 지급 기준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비판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MZ세대의 불만을 잠재울 묘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현재 현대차, 기아 노조는 사측과 올해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배분, 임금피크제 폐지, 정년연장 등을 요구한 상태다. 노조는 전기차 전환 시대에 고용안정을 비롯해 최근 줄어든 임금 보상에 사활을 건 상황이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이 너무 과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본급 월 16만5200원 인상은 지난해 기본급 인상액(월 7만5000원)의 두배가 넘는 규모다. 순이익의 30%는 작년 기준 1인당 20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여기에 임금피크제 폐지, 정년연장 등의 요구도 1건만 시행할 경우 수천억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것이어서 협상타결이 더욱 쉽지 않은 문제다. 

현대차와 기아 젊은 직원들은 지난해 SK하이닉스 사례처럼 이번 메일 사건이 공론화되고 이슈가 되면서 실질적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경우에도 성과급 문제로 CEO에게 메일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작년 1월 입사 4년차임을 밝힌 SK하이닉스 한 직원은 CEO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에 메일을 보냈다. 해당 메일은 "성과급 지급의 기준이 되는 지수 산출 방식을 공개 해 달라", "경쟁사와의 매출 격차는 인정하지만, 그 외 다른 경쟁사보다도 낮은 성과급의 이유는 무엇이냐"는 다소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SK하이닉스 젊은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을 반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수그러졌다. 또 SK하이닉스 노사는 PS 산정 기준을 경제적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꾸기로 했으며, 지난해 연말에도 SK하이닉스는 전 직원에게 월 기본급의 300%를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하며 보상을 확대했다. SK하이닉스가 촉발시킨 '성과급 논란'은 산업계 전반으로 영향을 미쳐 성과급 인플레이션 시대가 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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