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 노조(이하 평협 노조)와 사측간 단체교섭권을 인정한 법원 결정에 삼성화재 노조가 불복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노조가 “평협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중지해달라”며 사측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이 2심에서 기각되자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평협 노조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삼성화재 노조 측의 입장이다.
삼성화재 노조는 2020년 2월 설립돼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했으나, 같은 해 3월 평협 노조가 설립되면서 단체협약권을 놓고 대립했다.
평협 노조는 1987년부터 삼성화재 사우회로 운영되어온 ‘평사원협의회’를 뿌리로 설립된 단체로, 조합원 수를 급격히 늘려 과반수 노조로서 교섭권을 확보했다.
이에 삼성화재 노조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평협 노조의 일부 규정에 노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보고 평협 노조의 단체교섭을 중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서울고법 항고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평협 노조가 사측에 의해 이른바 ‘어용노조’로 전환된 자주성·독립성이 결여된 단체라고 보기 부족하다”며 평협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노조는 과거 평협이 사측을 위해 활동했고, 평협 노조는 실질적으로 평협과 동일한 단체이므로 자주성·독립성을 갖춘 노조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나, 평협 노조는 평협과는 실체와 목적이 다른 별개의 단체”라고 판단했다.
현재 삼성화재 근로자 약 5800명 중 약 3000명이 평협 노조에 가입한 것과 해당 근로자들이 평협 노조의 정책 방향에 동조하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와 관련해 삼성화재 노조는 “대한민국 기업들이 꼼수를 부리면 어용노조를 설립할 수 있고,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을 할 수 있도록 재판부가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삼성화재 노조 측은 서울고등법원 결정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사측에 평협 지원 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회사가 지원해 설립한 평협 노조와의 교섭을 중단하고, 재판 관련 변호사 비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화재 노조 관계자는 “평협이 작년 말처럼 회사와의 밀실 협상으로 졸속 합의를 시도하는 지 지켜볼 것”이라며 “삼성화재 2만 9000명의 노동자들이 노동인권과 미래를 위해 끝까지 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