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아들인 주지홍 부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사조그룹의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주지홍 사조그룹 부사장은 올해 1월 초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사조그룹은 2022년도 정기인사에서 주지홍 사조그룹 식품총괄 본부장(부사장)을 식품총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게 2020년 상반기인데, 2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오너 3세가 사장 을 건너뛰고 부회장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주지홍 부회장은 1977년생으로 미국 미시간대 앤아버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한 뒤 2011년 사조해표 기획실장으로 사조그룹에 입사했다. 차남인 고 주제홍 이사가 러시아 출장 중 사고로 사망한 다음 해인 2015년 사조그룹 식품총괄 본부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사조그룹 측은 주 부회장이 사업 재편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구조 창출과 신제품 개발 및 제품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재계에서는 주 부회장의 초고속 승진을 승계문제 해결이 시급한 사조그룹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한다. 주진우 회장의 차남인 고(故) 주제홍 씨가 2014년 러시아 출장 중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승계구도에 큰 변수가 생기자 사조그룹은 주지홍 부회장을 중심으로 후계구도를 정비해 나갔다.

현재 사조그룹의 지배구조는 사실상 ‘주지홍 부회장→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기타계열사’로 이어진다.

그룹 내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사조시스템즈가 핵심 계열사 사조산업을 지배하는 구조다. 주지홍 부회장은 사조시스템즈 지분 39.7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사조시스템은 조금씩 지분을 사들이면서 30%에 육박하는 사조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조시스템즈는 지난 3월에도 두 차례에 걸쳐 사조산업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이에 따라 작년 말 29.15%였던 지분은 최근 29.79%로 확대됐다.

사조시스템즈의 사조산업 지분 확대는 주지홍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의미한다. 주 부회장은 올해 초 전격 승진하며 경영보폭도 넓혔다.

하지만 주 부회장을 둘러싼 ‘편법 승계’, ‘배임 의혹’은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2015년 하반기부터 주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사조시스템즈가 그룹의 핵심 계열사 사조산업 지분을 23.75%까지 사들이면서 상속세를 내지 않고 그룹 계열사 지배력을 확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4년 주진우 회장의 사조시스템즈 지분 53.3%를 상속받고 상속세(30억원)는 사조시스템즈 주식으로 대신 납부했다. 사조시스템즈 성장 과정에서 매출의 상당 부분이 계열사들의 ‘일감 밀어주기’로 나왔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해에는 배임 의혹도 제기됐다. 주진우 회장이 주 부회장의 개인회사 격인 골프장 캐슬렉스 제주와 사조산업 소유(지분 79.5%) 캐슬렉스 서울 합병을 추진한 것. 이 과정에서 주 부회장의 개인 회사 부채를 덜어주는 동시에 캐슬렉스서울 지분을 확보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합병안은 결국 사조산업 주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재계에선 주 부회장의 당면과제가 소액주주와 소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임 의혹 등 각종 논란으로 인해 피해를 본 소액주주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지난달 24일 사조산업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소극적인 회사 경영진을 비판하고,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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