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본점 전경. 사진=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본점 전경. 사진=우리금융지주

23년 만에 우리금융지주가 정부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22일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 낙찰자로 5곳을 선정했다.

먼저 사외이사 권한을 갖게 된 곳은 유진프라이빗에쿼티(이하 유진PE) 1곳이다.

이외 KTB자산운용이 2.3%를,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 두나무,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은 모두 1% 지분을 갖게 된다.

5곳은 모두 1만3000원 이상 입찰 희망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잔여지분 투자자, 금융위 승인요건 변수 작용


업계는 이번 잔여지분 매각 과정에서 비가격요소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입찰안내서를 배포하면서 ▲4% 초과 입찰자의 경우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하는지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 그 근거 ▲입찰수량 전체에 대한 거래 종결 시 정부기관 승인 필요 여부에 대한 의견 ▲정부기관 승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그 승인요건 구비 여부 등에 관한 자료 등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초반 매입 의사를 밝혔던 18곳 중 대만 푸본그룹은 본입찰 때 포기했다.

푸본그룹의 경우 모회사 푸본 파이낸셜 홀딩스의 대주주가 이동통신사, 홈쇼핑·전자상거래 대주주이기도 해 금융당국이 산업자본으로 볼 여지도 있다. 이 경우 지분 4% 초과 매입 시 금융위 승인요건에 해당돼 본입찰은 응시하지 않았다.

본입찰 역시 승인요건이 변수로 작용했다.

유력 재무적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하림 역시 현재 국세청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계열사 부당지원에 대한 과징금도 받았는데, 이와 같은 상황이 금융위 입장에선 부담스러웠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관계가 부담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우리금융지주 지분 3.77%를 보유하면서 사외이사 추천권도 갖고 있다. 추가로 4%를 취득할 경우 사외이사 추천권이 2명으로 늘어나 이사회 내에서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본입찰 후 낙찰자 선정까지 4일, 주말을 제외하고 월요일 발표일을 제외하면 금융당국은 사실상 하루밖에 생각할 시간이 없다”며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논란이 적은 투자자를 선정하고 빠르게 민영화를 완료하겠단 계획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역시 이번 낙찰자 중 승인이 필요한 낙찰자는 없다고 밝혔다.


유진PE, 전략적투자자(SI)보다 재무적투자자(FI)에 가까워


우리금융 새로운 이사진에 새롭게 합류한 유진PE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유진PE는 2015년 유진투자증권에서 분사해 다양한 투자 활동을 펼쳤다.

대표적인 투자 성과로 한국자산평가를 꼽을 수 있다. 유진PE는 2016년 SK증권PE가 보유한 한국자산평가 지분 89.5%를 매입한 뒤 3년 만에 투자금의 2배를 받고 캑터스PE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한국자산평가는 채권평가 전문기관 중 금융투자상품 평가 부문에서 19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할 만큼 경쟁력을 보유했다.

유진PE는 우량 매물을 인수해 다시 재매각하면서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한 것이다.

유진그룹의 투자 활동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유진그룹은 2017년 KB증권으로부터 대영저축은행(현 유진저축은행) 지분 100%를 2101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유진기업이 300억원을 투입했고 계열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유진PE가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나머지 1850억원을 조달했다. 이후 유진저축은행을 KTB투자증권에 재매각하면서 투자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은 투자 활동을 감안하면 이번 우리금융 지분 역시 재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의 4% 매입 투자자는 약 1년 동안 보호예수기간을 갖는다. 즉, 1년 동안 우리금융지주가 비금융계열사 인수로 몸집을 키운 뒤 주가가 상승하면 매각 대상자를 찾아 사외이사 추천권과 함께 재매각할 것이란 얘기다.

실제 유진PE는 우리금융 지분 매입 자금으로 유진그룹의 계열사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사주조합, 최대주주 등극…주주 간 이견 발생 시 캐스팅보트


이번 우리금융 지분 매각 후 지배구조에서도 큰 변화를 맞이한다.

과점주주로 IMM PE,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 푸본생명, 유진PE 등이 24.20%를 보유하게 된다.

이들이 사실상 우리금융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이사회 내 독단을 막기 위한 견제 장치도 마련됐다.

바로 우리사주조합, 국민연금, 예금보험공사 등 3곳인데 이들은 모두 사외이사 추천 권한이 없지만, 주총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3곳이 보유한 지분율도 20.02%에 달한다.

특히 우리사주조합은 이번에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향후 주주 간 이견 발생 시 캐스팅보트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향후 금융권에 노동이사제가 확대될 경우에도 우리사주조합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지배구조가 과점주주 체제인 것도 새롭지만 우리사주조합이 최대주주란 것도 눈여겨볼 사안”이라며 “현재는 사외이사 추천 권한이 없지만 노동이사제가 활발해지면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언제든지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ESG 경영 측면에서도 다양한 주주 구성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해외에선 주주 간 협력과 견제가 존재해야 향후 지속가능경영이 가능하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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