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본점 전경. 사진=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본점 전경. 사진=우리금융지주

오는 18일 우리금융지주 잔여 지분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투자자 사이에서 눈치 게임이 치열하다.

최근 유력 투자자로 알려진 KT와 하림 등이 전산 사고와 공정위 과징금 등으로 본입찰 불참이 높은 가운데 오히려 재무적투자자 사이에선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 잔여 지분 입찰 매각주관사는 18곳의 예비후보에게 본입찰 여부를 재확인했다.

최근 KT의 통신장애로 인해 수백억원의 보상금을 예고하고 하림 역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받자 매각주관사가 직접 다른 투자자에게 투자 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현재 우리금융 잔여 지분 매입 의사를 밝힌 곳은 KT, 하림 외에도 한국투자증권, 대만 푸본그룹, 호반건설, 두나무, ST인터내셔널, 유진PE, 글랜우드 PE, 이베스트투자증권, KTB자산운용,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 등이다.

이중 사외이사 추천권을 노리는 SI(전략적투자자)는 약 5~6곳으로 좁힐 수 있다.

예보는 보유 지분 15.13% 중 10%를 매각할 계획이다.

최소 입찰물량은 1%에 해당하는 728만605주이며 최대 입찰 가능한 물량은 7280만6055주다. 여기에 4% 이상 주식 취득 시 사외이사 추천권을 줌으로써 예보는 우리금융의 SI 확대를 꾀했다.

예비후보 중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본입찰 때 2912만2421주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현재 주가로 매입가를 환산하면 약 3800억원 정도 자금이 필요하다. 우리금융 주가는 매각 일정이 발표된 뒤로 약 23% 주가가 상승했다. 본입찰 전까지 주가는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 매입 가격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18일 본입찰 후 23일 입찰 통보가 나온 뒤, 12월 6일 자금납입을 완료하는 과정을 모두 수행하기 위해선 자금동원력이 충분한 대기업과 금융회사가 유력 후보군으로 압축된다.

그러나 KT와 하림의 이탈로 사외이사 추천권은 예상외로 팔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새어 나오고 있다.

일단 기존 주주 중에선 추가로 사외이사를 주기 힘들단 전망이다. 입찰 제안서상에선 기존 주주 역시 차별을 두지 않고 4% 이상 취득 시 사외이사 추천권을 준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최종 선정 과정에서 가격 요소 외 비가격 요소도 충분히 들여본다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푸본그룹의 경우 모회사 푸본 파이낸셜 홀딩스의 대주주가 이동통신사, 홈쇼핑·전자상거래 대주주이기도 해 금융당국이 산업자본으로 볼 여지도 있다. 이 경우 지분 4% 초과 매입 시 금융위 승인 요건에 해당돼 매각 일정이 늘어질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관계 때문에 특혜 시비에 오를 수 있다. 고승범 위원장의 여동생 남편이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다.

금융위는 우리금융 잔여 지분 매각 과정에서 신속을 바라고 있는 만큼 결격 사유가 없는 투자자를 원한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우리금융의 사외이사 추천권은 1장으로 줄어들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SI 투자자 수가 줄어도 우리금융 매각 흥행에는 이상 없다는 분위기도 있다.

굳이 사외이사 추천권이 없어도 FI(재무적투자자) 입장에선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근 우리금융은 3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견고한 이익 창출 능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내부등급법 승인을 앞두고 있어 증권사 인수 여력도 충분한 상황이다.

비은행 계열사가 추가되면 우리금융 주가는 더욱 오를 것이란 게 증권가 시선이다. 이미 증권사에선 3분기 실적 발표 후 우리금융의 목표 주가를 대거 상향 조정한 상태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우리금융이 그동안 타행 대비 주가 상승률이 저조한 이유는 예보 보유 지분에 대한 잠재 오버행 우려 때문이었는데 조만간 할인 요인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LOI 접수 결과 총 18개 투자자가 매각물량의 4.8~6.3배 수준까지 참여하면서 매각에 청신호도 켜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 본입찰 시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주식시장에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연일 우리금융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본입찰 흥행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우세한 셈이다.

재무적투자자도 위험 부담도 적다. 전략적투자자의 경우 사외이사 추천권을 받는 대신 의무보호예수 기간이 1년으로 길지만, 재무적투자자는 우리금융 지분을 6개월까지만 갖고 있으면 된다.

즉, 내년 6월 6일 이후 매입 가격보다 높을 경우 언제든지 주식을 팔 수 있고 그동안 배당금도 챙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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