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80년대생 CEO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재계에 80년대생 임원이 탄생하면 놀라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무려 CEO다. 80년대생 MZ세대들이 기업을 대표하는 CEO로 선임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네이버, 1981년생 최수연 씨 최고경영자(CEO)로 선임...책임리더에서 임원직은 패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내정자.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내정자.

네이버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네이버 차기 최고경영자(CEO)에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선정했다. 내년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임기를 시작한다. 한성숙(54) 대표는 상사의 심한 괴롭힘으로 발생한 직원 자살의 책임을 물어 한성숙(54) 대표는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다. 

최수연 신임 대표 내정자는 1981년생으로 올해 41살이다. 나이를 고려해 이력을 보면 매우 화려하다. 최 내정자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2005년 네이버(당시 NHN)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4년간 홍보·마케팅 조직에서 일했다. 이후 로스쿨인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재직했다.

이후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인수합병(M&A), 자본시장, 기업 지배구조, 회사법 일반 분야에서 변호사로 근무했다. 그러다 2019년 네이버에 재입사해 글로벌 사업을 총괄지원하는 책임리더로 근무해왔다. 

네이버의 선택에 재계는 매우 놀라워하는 분위기다. 네이버는 시가총액 66조원, 코스피 시총 3위의 한국을 대표하는 IT기업 중 하나다. 이런 대기업에서 학력이나 경력은 매우 뛰어나지만 책임리더에서 임원은 거치지도 않고 바로 CEO에 선임된데다 나이도 81년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측은 최 내정자가 다양한 국내외 사업 전반을 지원하며 보여준 문제해결 능력, 회사의 글로벌 사업 전략, 해당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춘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임직원에 보낸 메일에서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이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었다.

취재에 따르면 최 내정자는 아직 표면적인 구체적 성과를 낸 것은 없지만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깊은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내정자는 현재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맡고 있는 이해진 창업자와 글로벌지원사업부 책임리더로써 손발을 맞추며 충신처럼 일했다는 후문이다. 향후 글로벌 사업과 투자를 강화하려는 네이버의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80년대생 CEO 재계 전면에 나선다...급변하는 사업환경에 젊은 CEO 발탁 추세


최 내정자의 선임으로 80년대생 CEO가 재계 전면에 나서며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 내정자 말고도 안영훈(41) 이랜드리테일 대표, 황성윤(40) 이랜드이츠 대표, 김동관(39)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양홍석(41) 대신증권 사장, 홍정국(40) BGF 사장, 이성원(37) 신영와코루 총괄사장, 최낙준(34) 무학 사장, 김대헌(34) 호반건설 사장 등이 최근 선임돼 80년대생 CEO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 외에도 최근 코스닥 시장에는 80년대생 CEO들이 종종 등장하고 있는데 청년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어엿한 상장사 대표이사가 되는 경우가 많아치는 추세다. 

기존의 연공서열 방식에서 벗어나 성과 및 직무 중심으로 인사 제도의 틀을 바꾸는 기업들의 움직임에 갈수록 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이 80년생 CEO 발탁의 배경으로 꼽힌다. 제조업과 첨단기술의 융합 등 시장의 급박한 변화를 재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의사결정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트렌드도 영향을 끼쳤다.

재계 관계자는 "혁신과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젊은 인재를 과감하게 CEO로 발탁하는 게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빠르게 대응할 뿐 아니라 젊고 유연한 조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풍부한 조직생활 경험을 해보지 못한 80년대생 CEO가 한계를 보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차근차근 자리를 밟아나가 올라가는 '경험'이 CEO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80년대생들은 이러한 경험이 60~70년대생들보다 적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80년대생 CEO들은 앞으로 있을 연말 인사에서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당장 이번달 말부터 주요 대기업들의 임원인사가 시작되는데 계열사 중에서 80년대생 CEO가 더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향후 몇 년간 1980년대에 출생한 오너 3세가 CEO급으로 약진하는 경영승계 변환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기존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이 불가피해진 만큼 업종에 관계 없이 IT(정보통신) 능력을 겸비한 젊은 CEO를 전진 배치하려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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