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메타버스 열풍’이 국내 대기업들도 휩쓸고 있다. 신입사원 수료식이나 채용설명회를 메타버스로 진행하고, 메타버스를 통해 '쏘나타'를 시승하는 시대가 왔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가상의 공간에서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이 현실과 똑같이 이뤄진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해 957억 달러(약 110조 원)이던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30년 1조5429억 달러(약 177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대기업들이 메타버스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현주소를 각 업종별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메타버스 현주소①IT·전자] 네이버 '제페토'로 선도하고 카카오·삼성·LG는 '폭풍전야'
[메타버스 현주소②통신]
[메타버스 현주소③자동차]
[메타버스 현주소④건설]
[메타버스 현주소⑤게임] 
[메타버스 현주소⑥금융]


네이버, 한국형 메타버스 선도...성장 가능성 '예측불가'...카카오도 '정조준'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플레이 화면(이미지=네이버)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플레이 화면(이미지=네이버)

메타버스 분야에서도 네이버는 한 수 빨랐다. 네이버는 2018년 출시한 '제페토'로 한국형 메타버스를 선도하고 있다. 

제페토는 네이버제트(Z)가 운영하는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2018년 8월 출시된 제페토는 AR 콘텐츠와 게임, SNS 기능을 모두 담고 있어 특히 10대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2021년 현재 2억 명 이상으로 이용자가 크게 늘어났다. 2억명 중 해외 이용자 비중이 90%, 10대 이용자 비중이 80%를 차지한다. 

제페토는 이용자와 꼭 닮은 3차원(3D) 아바타를 만든 뒤 AR 기술로 실제 사진이나 가상 배경에 자연스럽게 합성해 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우선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면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사용자와 닮은 캐릭터가 생성된다. 

사용자는 표정과 몸짓, 패션스타일은 물론 캐릭터의 모든 요소를 본인이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실제 의상의 경우 80% 이상을 사용자들이 직접 만들었다. 또 SNS 기능도 접목돼 있어 이용자끼리 여러 가상공간에서 문자·음성·이모티콘 등으로 교류할 수 있으며, 가상세계 안에서 이용자들이 모여 게임을 하거나 춤을 추는 등 다양한 활동도 즐길 수 있다. 

제페토는 최근 유명 브랜드와 연예기획사와의 제휴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데, 국내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SM·YG·JYP·빅히트 등이 제페토를 통해 K-pop 등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으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구찌, 나이키, 휠라 등 패션업계도 제페토와 협업해 패션아이템 등 디지털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제페토 아이템을 만들며 월 15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크리에이터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유튜브에 제페토 드라마라는 하나의 장르까지 탄생했다. 학생들이 대본을 쓰고 실제 아바타를 활용해 찍은 동영상을 드라마로 만들어 연출을 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제페토는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면서 신규 유저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주축 이용자이며 다양한 국가에서 사용자 유입과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수익모델은 일부 광고와 가상공간 아바타를 꾸미는 아이템 판매가 주를 이룬다. 현재 월 매출은 15억원 수준이지만 매출 증대 가능성이 크게 열려있다. 

추후 가상현실의 아바타들이 제품을 구매하고, 카드결제를 하는 등 현실과 같은 경제활동을 하는 수준까지 발전한다면 제페토의 매출은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증할 수도 있다. 

네이버의 라이벌, 카카오도 메타버스를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가 핵심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5월 자사 핵심 계열회사인 프렌즈게임즈와 웨이투빗의 합병을 통해 신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프렌즈게임즈는 블록체인 기반의 ‘NFT’(대체불가토큰) 기술을 활용해, 게임과 음원, 영상, 미술품 등 문화 콘텐츠의 디지털 가치를 유통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나아가 메타버스와의 접목도 모색할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최대 주주로 있는 넵튠도 지난 5월 VR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 맘모식스의 지분 55.7%를 확보하고 경영권을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메타버스 사업을 진행하면서 카카오게임즈의 사업을 접목시키고,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을 활용해 매출을 극대화하는 큰 그림을 그릴 것으로 예상한다. 


전자업계, 메타버스를 사내 교육, 연수, 마케팅 등 다방면에 적극 활용


LG전자는 7월 18일 메타버스로 신입 연구원 수료식을 열었다.(이미지=LG전자)
LG전자는 7월 18일 메타버스로 신입 연구원 수료식을 열었다.(이미지=LG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는 메타버스를 사내 직원들 교육, 연수 등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LG전자는 7월 18일 신입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수료식을 열었다. 올해 초 사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약 100명의 연구원들은 LG전자와 미국 카네기멜론대(Carnegie Mellon University, 이하 CMU)가 함께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전문가 교육과정을 최근에 마쳤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행사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수료식을 가졌다. LG전자가 메타버스 수료식을 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7월 8일엔 LG디스플레이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도입해 신입사원 교육방식을 가상현실 세계로 옮겨 교육의 몰입도를 제고하고 입사 동기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게 했다. LG이노텍도 지난 5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제조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메타버스 채용 설명회'를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일본 도쿄 2020 하계올림픽(이하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 무선통신 분야 공식 파트너 활동을 시작하는데  비대면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올림픽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메타버스 플랫폼을 마련했다.

지난 16일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 삼성 갤럭시 하우스를 만들었다. 갤럭시 하우스에서 방문자들은 도쿄 올림픽과 관련된 콘텐츠와 도쿄 올림픽 핀을 활용한 비디오 부스 20종을 즐길 수 있다. 갤럭시 하우스의 최상층에는 최초 공개되는 BTS셀피존을 4주간 운영한다.


삼성, LG 메타버스 관련 투자 '꾸준'...."모든 가능성 열려 있다"


삼성과 LG는 메타버스 관련 투자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처럼 메타버스를 통해 당장의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미래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LG그룹은 최근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미국 소재가상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분야 스타트업인 '웨이브(Wave)'에 투자했다. 또 웨이브와 손잡고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6년 설립된 웨이브는 존 레전드, 린지 스털링을 비롯한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가상현실 기반 라이브 콘서트를 50차례 이상 기획해 진행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메타버스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는 곳이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 2019년 미국 가상현실(VR)콘텐츠 기업인 '어메이즈(Amaze)VR'을 시작으로, 증강현실(AR) 기술 기업인 '스페이셜(Spatial)'과 '아이캔디랩(Eyecandylab)', '에잇아이(8i)' 등 지금까지 메타버스 분야에 1200만 달러 이상 투자를 진행해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로봇·AI·전장에 이어 '메타버스'를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만큼 이러한 투자들이 어떻게 섞이고, 결과를 만들어 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전자 역시 메타버스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15년 VR기기를 만들어 보급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던 삼성전자는 메타버스 시대가 열리는 것에 주목한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전자 투자 전문 자회사인 삼성 넥스트는 최근 ‘텔레포탈(Teleportal)’이 모집한 170만 달러(약 19억 원) 규모의 시드(Seed) 라운드에 참여했다. 삼성넥스트가 투자한 텔레포탈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2017년 설립됐으며, 개발자 및 콘텐츠 제작자를 위한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 스타트업이다.

직관적인 3D 인터페이스를 갖춘 지능형 도구 등을 통해 각종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관련 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삼성넥스트의 이번 텔레포탈 투자도 메타버스 콘텐츠 활성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삼성넥스트는 또 미국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인사이트파트너스 등과 함께 인게임(in-game)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지원 업체인 오버울프에 지난 3월 5250만달러(약 6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오버울프는 사용자가 PC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길 때 동시에 실행돼 추가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오버레이 앱(Overlay apps) 개발을 지원하는 업체로 메타버스 생태계 활용을 엄두한 투자로 해석된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증강, 가상현실 관련 스타트업 기업에 꾸준한 지원과 투자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5년 출시했던 VR 기어.(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015년 출시했던 VR 기어.(사진=삼성전자)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서 메타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품과 플랫폼 등 서비스를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2015년 '기어 VR'을 출시했지만 이후 후속작이 나오지 않았다. 소프트웨어가 받쳐주질 않았고, 제품 판매량도 기대이하였다. 

하지만 메타버스 생태계가 크게 열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세계에 보급된 스마트폰을 통해 VR기기를 보급하고, 메타버스를 이용하게 만들면 관련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어마무시하게 확장될 수 있다. 

현재로써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삼성의 메타버스 관련 투자를 보면 충분히 예측가능한 시나리오다. 2015년 VR 기어 실패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로블록스가 AR, VR, MR 없이도 메타버스 대표주자로 떠오른 것처럼 메타버스 자체는 VR 기기가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하면 더욱 실감나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선제적 제품 출시로 이 시장을 선점한다면 메타버스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10년 내 인터넷, 스마트폰 시대의 뒤를 이어 세계를 지배할 글로벌 트렌드가 될 것이기 때문에 IT,  전자기업들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시장"이라며 "현재 네이버가 '제페토'로 가장 앞서 있지만 카카오, 삼성, LG 등이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폭풍전야'의 상황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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