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진 국회입법조사처 박사. 사진=전수연 기자
최은진 국회입법조사처 박사. 사진=전수연 기자

배달앱이 생활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수수료를 둘러싼 논의가 단순한 수치 문제를 넘어 이해관계자 충돌 구조로 번지고 있다. 점주는 수수료 인하를, 플랫폼은 시장 원리를 내세우며 엇갈리는 만큼 이를 입법으로 어떻게 제도화할지가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수수료는 단순히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닌 각 이해관계자가 지불하는 비용과 가치 균형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정책학회는 22일 서울 센터포인트 광화문에서 '디지털 플랫폼 규제에 대한 다자주의적 관점: 배달플랫폼 수수료 규제를 중심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둘러싼 현실적 이해관계 충돌과 입법 전망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최은진 국회입법조사처 박사는 △중개수수료 인상과 불투명성 △영세·저매출 사업자 부담 △배달앱 전용 가격제 확산 △음식 가격 상승을 핵심 문제로 꼽았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 선거 공약집에도 '플랫폼 중개수수료율 차별금지 및 수수료 상한제 도입으로 공정한 배달문화 구축'을 구체화하고 있다"며 입법 추진 동력을 강조했다.

다만 현장 갈등 역시 뚜렷한 상황이다. 최 박사는 "지난해 출범한 상생협의체는 영수증에 수수료 항목을 구분 기재하거나 배달기사 위치정보 제공 범위를 조정하는 등 방안을 내놨다"며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한국외식산업협회는 마지막 제12차 회의 도중 상생방안에 합의하지 않고 퇴장했다"고 전했다. 이는 제도 설계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음을 보여준 사례다.

류민호 동아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사진=전수연 기자
류민호 동아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사진=전수연 기자

류민호 동아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플랫폼 수수료를 둘러싼 본질을 짚었다. 그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기회와 네트워크 효과가 수수료"라며 "단순히 수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배민은 2015년 수수료 0% 정책으로 가맹점을 대거 유인했으나, 이후 광고 중심 수익 구조로 전환했고, 배민1 출시와 함께 중개수수료를 본격 도입했다"며 "2022년에야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누적 영업이익은 6~7000억 원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폭리라고 규정하기보다는 혁신 비용을 감수해온 결과로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가맹점주는 수익 악화와 불투명성을 호소하고, 소비자는 가격 인상 부담을 떠안으며, 플랫폼은 정당한 비용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이 구조에서 가장 쉽게 비용을 떠넘길 수 있는 소비자가 최종 부담자가 되는 경향이 있다"며 "수수료를 평가하려면 각 이해관계자가 지불하는 비용과 얻는 가치의 균형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달 기준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온라인플랫폼법 관련 법안 18건이 계류 중이다. 수수료 상한제와 정산기일 규정이 추가되는 상황이다.

점주 단체는 총수수료가 음식값의 15%를 넘지 않도록 하고, 1만5000원 이하 소액 주문은 25%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라이더 단체는 총수수료에 포함되는 배달비를 높여야 한다고 맞서고, 플랫폼 업계는 시장경제에 역행한다며 반발하면서도 소액 주문 수수료율 인하안을 제시하는 절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입법 추진은 국제 통상 갈등 변수에 직면한 상황이다. 올해 미국 USTR이 발간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플랫폼 규제 법안'이 포함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수수료 상한제를 온라인플랫폼법에 포함할 경우 미국과의 통상 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