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품 플랫폼 시장이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 사이 쿠팡이 중고 명품 시장에 발을 들였다. 수익성과 운영 리스크에 직면한 기존 플랫폼들이 흔들리는 가운데 쿠팡은 정가품 검수와 직구 배송 시스템을 앞세워 새로운 전략을 꺼내 들었다. 프리미엄 카테고리 확장과 락인 강화를 염두에 둔 진입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뷰티·패션 버티컬 서비스 '알럭스(R.Lux)'에 중고 명품 카테고리 '프리 오운드(Pre Owned)'를 신설했다. 카테고리에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이른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브랜드를 포함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제품들이 다수 구성됐다. 기존 알럭스에서 중고 명품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서비스 외연을 넓힌 셈이다.
알럭스는 지난해 쿠팡이 처음으로 선보인 뷰티·패션 특화 서비스로 로켓배송에 프리미엄 상품군을 접목한 점에서 차별점을 뒀다. 생필품 중심의 기존 쿠팡 플랫폼과 달리 직매입 기반 명품 배송, 제품 페이지 구성 등에서 전용 서비스 콘셉트를 강조했다. 이번 중고 명품 추가는 알럭스가 기존 버티컬 포맷을 유지하면서 리커머스 영역까지 확장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러한 쿠팡의 행보는 최근 명품 플랫폼 시장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한때 시장을 주도한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은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머스트잇은 2022년 CJ ENM 커머스부문에서 외부 투자를 유치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50% 줄어들고 적자 전환했다. 트렌비 역시 매출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영업적자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발란은 대규모 미정산 사태 이후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하지만 시장 자체는 줄어들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23조원대로 추정된다. 이 중 오프라인 채널이 19조1745억원, 온라인 채널은 2조6405억원으로 온라인 비중은 아직 낮지만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특히 중고 명품을 중심으로 한 리커머스 시장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수요층을 넓혀가고 있다.
체계 갖춘 쿠팡…'리커머스'까지 넓힌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유통 대기업들도 움직이고 있다. 네이버 크림, 이마트 SSG닷컴, 패션 플랫폼 무신사 등은 중고 명품 관련 카테고리를 신설하거나 기능을 확장하며 대응에 나섰다. 기존 명품 특화 플랫폼들이 수익성과 신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에 검수 역량·물류 인프라·고객 대응을 갖춘 대형사들이 경쟁 전면에 나서는 구도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쿠팡의 중고 명품 진출도 이런 시장 재편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알럭스를 기반으로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와 연동된 구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미 알럭스는 파페치와의 협업을 통해 1400여 개 브랜드 상품을 로켓직구 형태로 제공하고 있으며, 무료 배송·반품, 부가세 포함 결제 등 소비자 편의를 고려한 직구 경험을 내세워왔다.
이번 프리 오운드도 파페치가 검수한 정가품 상품을 직구 형식으로 빠르게 배송하고, 와우 멤버십으로 무료 반품까지 제공하는 등 기존 명품 플랫폼들이 비용 문제로 감당하기 어려웠던 구조를 구현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스템 기반을 갖춘 플랫폼만이 리커머스 시장에서도 지속 가능한 운영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 시장은 체계와 신뢰 기반이 검증돼야 유지 가능한 구조로 넘어가고 있다"며 "상품 검수와 환불, 통관, 고객 응대까지 포함한 전방위적 역량이 필요한 만큼,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 중심으로 시장이 정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쿠팡의 이번 진입은 이런 전환기 흐름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선택지로 중고 명품 시장이 본격적인 재편 구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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