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업계가 2025년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증시거래대금 증가와 금융환경 개선에 힘입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대형사와 중소형사 사이 양극화가 뚜렷하다. 대형사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확대도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20일 한국기업평가(KR)에 따르면 25개 증권사의 2분기 영업순수익은 6조1467억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는 전분기 5조4040억원 대비 13.7% 증가한 수치다.
실적 폭증의 최대 동력은 위탁매매수지였다. 2분기 위탁매매수지는 2조116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2.0% 급증했다. 국내 증시가 연중 최고점을 경신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올해 5월 출범한 넥스트레이드의 거래시간 확대 효과가 톡톡히 발휘됐다.
일평균 증시거래대금은 23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19조원 대비 24% 늘어났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기가 계속되면서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었다. 해외주식 거래도 활발했다. 미국 증시가 4월 연중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2분기 미국주식 거래대금이 1440억달러에 달했다.
상품운용수지도 3조287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6.2% 증가하며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5월 이후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음에도 증시환경 개선과 원달러 환율 하락,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 완화가 수익성 향상을 뒷받침했다.
투자은행(IB) 부문 역시 호조를 보였다. DCM(채권인수) 시장에서의 견조한 실적과 안정적인 여신자산 캐리수익, 대형사 중심의 인수금융 및 PF딜 확대로 전분기 대비 1491억원 증가한 1조3520억원을 기록했다. 자산관리수지도 금융상품판매 증가와 투자자문·일임 및 신탁자산 확대로 3157억원으로 늘었다.
개별 회사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투자증권이 8416억원의 영업순수익으로 대형사 그룹 내 1위를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전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최고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순이익도 4357억원으로 업계 최고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상품운용수지 대폭 개선에 힘입어 영업순수익이 전분기 대비 1734억원 급증한 7298억원을 달성했다. 상품운용부문에서만 4759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뛰어난 트레이딩 역량을 입증했다.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등도 전 사업부문의 고른 성장을 바탕으로 전분기 대비 모두 영업순수익이 증가했다.
반면 하나증권은 유일하게 부진했다. 해외대체투자자산 평가손실 인식으로 상품운용수지가 크게 감소하면서 영업순수익이 전분기 대비 1169억원 줄어든 1962억원에 그쳤다. 순이익도 501억원으로 대형사 중 최저를 기록했다.
개별 증권사 간 실적 격차가 커지면서 그룹별 실적 차이도 더욱 벌어졌다. 대형사 8개사의 영업순수익은 4조4856억원으로 전체의 73%를 차지했다. 리테일 부문의 견고한 영업기반과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레버리지 효과가 극대화된 결과다.
대형사 순이익은 1조809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7.7% 급증했다. 키움증권이 3369억원의 순이익으로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순으로 뒤를 이었다.
중대형사는 대신증권의 자회사 배당수익 2000억원 효과로 영업순수익이 1조190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실질 증가폭은 710억원에 그쳐 대형사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대신증권이 2581억원의 순이익으로 중대형사 그룹을 압도했으며, 신영증권(571억원), 교보증권(488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중소형사는 영업순수익 470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6% 증가했지만 절대적인 규모는 여전히 작았다. 유진투자증권이 우리금융지주 지분 보유 투자조합 관련 평가이익 420억원에 힘입어 1197억원의 영업순수익을 올리며 선두를 달렸다. 반면 상상인증권은 7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중소형사 내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했다.
눈에 띄는 점은 부동산PF 채무보증의 급속한 증가다. 2025년 6월 말 증권사의 총 채무보증 규모는 37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1조1000억원, 전년 동기 대비 6조3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부동산PF 채무보증은 15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9000억원 늘어났다.
익스포저 대부분은 대형사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사의 부동산PF 채무보증은 10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3000억원 급증했다. 전체 부동산PF 채무보증의 70.8%를 대형사가 떠안고 있는 셈이다. 대형사의 총 채무보증 규모도 28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조4000억원 늘어났다.
한국기업평가는 "대형사의 재무완충력을 감안하면 현재로서는 감내 가능한 수준이지만 부동산 개발경기의 본원적 회복이 지연되면서 리스크가 누적되고 있어 리스크 관리 수준을 지속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증권사들의 자본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25년 6월 말 25개 증권사의 총자산은 719조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39조원 증가했다. 자기자본도 79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3조원 늘었다. 대형사가 대규모 이익 축적과 한국투자증권의 신종자본증권 7000억원 발행으로 2조원의 자본 증가를 기록했다.
증권사 자본적정성 지표는 전분기말 수준을 유지했다. 대형사는 위험투자 확대가 지속되고 있으나 대규모 자본축적을 바탕으로 순자본비율이 상승 추세를 보였다. 수정NCR도 180%대의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경우 자본축적이 더디지만 위험액도 정체되며 전분기말 수준의 자본 적정성을 유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대형사의 위험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거나 중대형·중소형사의 이익창출력이 저하될 경우 자본적정성 지표 하방압력이 강해질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