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형 증권사들이 잇따라 호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대형사와의 격차를 좁히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악재가 어느 정도 진정되며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자기자본·사업 포트폴리오 등에서 구조적인 제약이 뚜렷해 양극화 해소에는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이에 중소형사들은 조직 재편과 자본 확충 등을 동원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키움증권 등 5대 대형사의 3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약 1조9000억원이다. 반면 대신, 교보, 유안타, 한양, IBK 등 중소형사 다섯 곳의 순이익 총합은 4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대형사는 이미 PF 부실을 상당 부분 털어낸 뒤, 발행어음·해외 IB·대체투자·디지털 플랫폼 등으로 수익원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 중소형사는 PF 리스크를 정리하는 데도 대형사보다 긴 시간이 소요된 데다가 IB 중심으로의 전환 외엔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리테일 부문은 거래 기반이 한정적이고, 이미 영위하고 있는 사업을 재정비하는 데에도 여유가 빠듯한 시점에 신사업에 진입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주된 목소리다.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성장의 한계가 뚜렷하다.
자기자본 기준으로 사업 접근성에 차이가 나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도약을 노릴 수 있는 IMA(종합계좌), 발행어음 등 신사업은 일정 자본 요건을 충족해야 인가 신청이 가능하다. 중소형사 입장에선 진입 문턱부터 만만치 않아 새로운 수익원에 뛰어들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이에 중소형사들은 조직 재편과 사업 포트폴리오 정비, 자본 확충 등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IB본부를 통합하고 토큰증권 등 디지털 자산과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조직을 신설하면서 신사업 기반을 확장 중이다. 한화투자증권은 미래전략실과 디지털혁신실을 부문 단위로 격상하며 디지털·글로벌 부문 투자에 나섰다.
유안타증권은 설립 이후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며 자본 확충을 결단했다. 자기자본의 10%에 달하는 1700억원 규모의 자본을 조달하며 사업부 전반의 수익성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리테일 영업력을 높이면서 IB 부문 영업기반 확장과 함께 홀세일, 트레이딩 등에서 신규 투자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에서다. IBK투자증권도 지난달 1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으로 자본 여력을 챙겼다.
물론 이 같은 움직임이 단기간 내에 양극화 해소로 이어지긴 어렵다. 증권업계 전반의 사업 흐름이 이미 대형사 중심으로 구축돼 있고 거래대금 증가나 리테일 회복의 효과도 대형사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소형사들의 이익 반등이 업계 전반의 회복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본업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한편 디지털 자산·글로벌 사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곡점을 만들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로 전환 중이고, DB증권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00%, 500% 가량 급증하는 등 뚜렷한 턴어라운드 성과를 나타냈다. IB 중심의 사업 재편에 나섰던 한양증권도 자산운용과 기업금융 부문이 나란히 실적을 견인하며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6% 늘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이미 체급과 자본력, 수익 모델의 다변화 측면에서 한 단계 올라섰고 중소형사는 이제야 PF를 털어내고 제대로 승부하는 시점"이라며 "전통적 사업모델만으로는 도약이 쉽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틈새시장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업계 전반의 양극화는 뚜렷하지만 중소형사간에서도 대응 속도나 전략 차별화 등으로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