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전경. 사진=여천NCC 홈페이지
여천NCC 전경. 사진=여천NCC 홈페이지

여천NCC(YNCC)가 DL그룹의 추가 자금 지원 결정으로 당장의 부도 위기를 넘긴다. DL그룹은 최근까지 워크아웃만이 해법이라며 지원을 거부했지만 지역사회 피해와 산업 파급 우려가 커지자 입장을 바꿔 한화그룹과 공동으로 추가 자금을 긴급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DL그룹 지주회사 DL과 DL케미칼은 이날 오후 각각 긴급 이사회를 열고 YNCC에 2000억원을 증자 또는 대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자금 지원은 DL케미칼이 2000억원을 유상증자하고, DL은 DL케미칼 주식 82만3086주를 약 1778억원에 추가 취득하는 방식이다.

앞서 YNCC가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자금 조달 실패로 오는 21일까지 약 3100억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채무불이행에 직면할 위기감이 돌았다. 지난 3월 2000억원 증자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추가 자금 필요성이 제기되자, DL그룹은 경영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당시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7월 말 열린 긴급 회의에서 YNCC의 회생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금 투입 불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권, 업계 전반에서 지역경제와 협력사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됐고 주주사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DL그룹은 결국 입장을 바꿔 지원에 나서게 됐다.

한화그룹은 이번 자금 지원을 단기 유동성 위기 해소뿐 아니라 장기적인 경쟁력 회복의 기회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의 외화 보증 재개, 자산 유동화 담보대출 등을 통한 자금 조달과 함께 공장 가동 정지를 통해 연간 약 900억원의 고정비를 절감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DL의 반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원료 다변화도 실행되면 원가 경쟁력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YNCC는 1999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50%씩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기업으로 업황 호조기에는 연간 1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2년부터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 등으로 2022년 3477억원, 2023년 2402억원, 2024년 23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번 3000억원 긴급 자금 투입으로 당장의 유동성 위기는 넘겼지만 시장 불확실성과 구조적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재무 부담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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