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B손해보험
사진=D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이 미국 현지 보험사 포르테그라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수금액이 최대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당 금액이 DB손해보험 자기자본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이라 건전성 우려도 덩달아 고개를 들었다.

14일 보험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미국 자동차 특화 보험사 포르테그라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최근 공시에서 "2009년 미국 본토에 진출한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다"며 "'포르테그라'사도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검토 중이며, 최근 실사 후 협의 단계로 인수 여부, 가격 및 기한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했다.

포르테그라는 글로벌 보험사 팁트리의 자회사로 미국 현지의 자동차 보험 특회 보험사다. 포르테그라의 공식적인 시가총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업공개(IPO) 추진 과정에서 최대 15억2000만달러(약 2조원)의 밸류에이션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DB손해보험이 포르테그라의 지분 100% 인수를 희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지분을 전부 인수하면 자기자본 25%에 달하는 금액을 쏟아붓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DB손해보험이 인수를 강행할 경우 2조원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 대주주인 팁트리가 납득할 수준의 인수금액을 맞추려면 조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DB손해보험의 자본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금융당국이 연말 기본자본을 새로운 지급여력(K-ICS) 비율 기준으로 도입하는 만큼 자본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국은 보험계약마진(CSM) 일부를 기본자본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방향을 확정하지 못 했지만, 여전히 자본의 질 개선을 강조하며 기본자본 K-ICS 비율 도입을 추진 중이다. 

올해 1분기 기준 DB손해보험의 K-ICS 비율은 204.7%로 현재 당국 권고치를 웃돌고 있지만, 기본자본 K-ICS 비율을 적용하면 74.4%까지 떨어진다. 지급여력금액(기본자본+보완자본)은 20조326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조원 가량 증가했는데, 지난 2월 DB생명의 30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보완자본으로 충당한 셈이다.

심지어 자기자본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2022년 12조1243억원에서 2023년에는 10조3037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10조원 선이 깨지면서 9조3912억원까지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자기자본은 8조1508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3.2% 줄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의 해외사업은 김주원 DB그룹 부회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보험사 아웃바운드 M&A의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M&A 사정에 밝은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은 문화 차이가 곧 손익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어 다른 국내 대형 보험사들도 해외 보험사에 지분 투자만 하는 추세"라면서 "DB손해보험의 자본 규모를 고려하면 추후 건전성 관리 문제가 분명 주요 사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베트남 자회사도 최근까지 소송 등 잡음이 일어났다"면서 "바이아웃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까지 협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지만, 자기자본의 25% 수준을 지출할 경우 리스크가 큰 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DB손해보험 관계자는 "보험사 인수에 대해 가격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